러·우크라 사태에 가공식품 물가 상승
작년동기 대비 9.6%↑ ‘13년만에 최대’
식용유 40.6% 급등 소비자·자영업자 울상
된장찌개·라면 등 대표 서민음식도 타격
밀크플레이션 현실화 상승세 가속 우려
인기품목 가격상승 예고에 미리 구입도

올해 천정부지 생활 필수품 물가 상승으로 서민경제의 타격이 심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 고통 품목은 비단 농축수산물 뿐만이 아니다. 급등한 가공식품 물가도 농축수산물 못지 않게 서민 경제·장바구니 물가 고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초 러·우크라 사태로 인한 식용유 대란에 이어 각종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비싸졌다. 또 최근 식품업계의 인기 품목(브랜드)별 가격 상승 및 인상예고로 강원도내 소비자와 소상공·자영업자들은 걱정이 크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메뉴 가격 인상으로 손님이 줄거나 원재료값 상승으로 판매 순이익이 줄어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 가공식품 물가 인상에 다양업종·서민경제 타격

생활 필수 가공식품들의 물가가 크게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물가 고통이 피부에 와 닿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지역의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20(2020=100)으로 지난해(103.34) 동기간 보다 9.6% 상승했다. 이번 물가 상승률은 2009년 4월(10.0%)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조사대상 73개 품목 중 67개 품목 물가가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올해 초부터 급등 대란을 일으켰던 식용유(40.6%)가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밀가루(37.2%), 부침가루(31.6%), 치즈(30.8%), 국수(30.6%), 물엿(27.6%) 등 순으로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은 러·우크라 사태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심화됐다. 곡물·팜유·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공식품 물가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용유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는 팜유는 올해 상반기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수출 금지 조치 등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주에서 백반집을 운영 중인 김모(65)씨는 “김치찌개, 된장찌개가 주 메뉴인데 최근 찌개에 들어가는 두부, 수제비 양을 조금 줄인 적이 있다”라며 “두부 가격이 부담이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국민 대표 서민음식이 이제 재료값 상승으로 실망 1순위 메뉴가 될까 두렵다. 코로나19가 지나도 물가가 계속 올라 장사 걱정은 매한가지다”고 호소했다. 춘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A(60)씨는 “영세 음식점 자영업자만 힘든게 아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발주 가격 걱정을 이렇게 크게 한건 처음이다”라며 “슈퍼마켓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물품을 구비해야하기 때문에 물가 타격이 크다. 특히 가공식품이 발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슈퍼마켓에 물품을 운송하는 최모(45)씨는 “유가 상승으로 화물, 운송 종사자들이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요즈음에 보면 자영업자, 식품 유통종사자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라며 “확실히 발주 양이 준 업체들이 많고 폐업을 한 업체들이 종종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

■ 소비 끊을 수 없는 생필품 주로 다 올라 “미리 사두는게 이득”

가공식품 물가 급등으로 강원골목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상공·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식품 소비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 대표 음식인 라면의 가격 인상 단행만이 소비자들이 걱정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보면 쉽게 찾는 딸기잼, 마요네즈 등도 올랐다.

강원지역 대형마트 기준 딸기잼(500g)은 5980원으로 6개월 전(4980원) 보다 20.1% 올랐다. 마요네즈(500g)는 4170원으로 지난해(4050원) 보다 2.96% 올랐다. 밀가루(1㎏)는 67.85%, 두부는 15.5%, 식용유는 22.1% 올랐다. 부침가루(1㎏)와 국수 소면(900g)은 각각 26.9%, 24.6% 비싸졌다. 설탕(1㎏)도 1년사이 11.2% 인상됐다. 큰 오름세를 보이는 가공식품 품목들은 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주요한 생필품이다.

특히 최근 우윳값이 오르면서 우유가 들어간 제품 가격도 잇따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유업체는 흰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우유는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6%, 매일유업은 같은날부터 제품 가격을 8% 가량, 남양유업은 흰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8%, 가공유 제품 출고가를 7% 인상했다. 유윳값 인상으로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밀크플레이션 여파로 도내 소비자와 음식점, 제과점, 카페 등 업계는 장바구니 지출 증가와 업계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또 내달부터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는 동원참치 전 제품의 가격이 평균 7% 인상될 예정이다. 제품별로 보면 주요 품목인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135g) 가격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7% 오른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135g) 4개입은 1만980원에서 1만1480원으로 4.6% 오르게 된다. 참치캔 원재료인 가다랑어 원어 원가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물가 상승이 예고 및 전망된 품목들을 미리 사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임모(60·여)씨는 “요즈음 우유, 버터, 참치 등을 세일이벤트에 맞춰 미리 대량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라며 “유통기한 긴 가공식품의 경우 과일처럼 금방 상하지 않아 대량으로 미리 구입해놓아도 큰 탈이 없어 미리 사두자는게 요즈음 유행이다”라고 말했다. 황선우 woo674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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