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광산도로 역사 지나 힐링로드로 다가온다
태백 석탄산업의 중심 함백산
천년고찰 정암사 품고있어
‘운탄고도 1330’ 힐링로드 개장
9개 트레킹 코스 총 길이 173㎞
‘ 가장 높은 고갯길’ 만항재 정점
국가대표 선수촌 1998년 설립
매년 수백명 방문 훈련 구슬땀

▲ 함백산은 크게 밝은 산이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눈으로 덮인 겨울풍경이 일품이다. 사진은 눈쌓인 함백산 정상.
▲ 함백산은 크게 밝은 산이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눈으로 덮인 겨울풍경이 일품이다. 사진은 눈쌓인 함백산 정상.

아! 백두대간

대덕산에서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함백산은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해발 고도가 1573m로 태백산(1567m), 장산(1409m), 백운산(1426m), 대덕산(1307m), 매봉산(1303m) 등 주변의 산보다 높이 솟아있다. 예전 석탄이 핵심 산업에너지로 활용되던 시절에는 함백산 능선부근을 지나는 도로를 이용해 태백과 정선일원에서 캐낸 석탄을 날랐다. 지금은 이 산길을 강원도와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폐광지역 시·군이 합심해 트레킹코스로 개발했다. 이 트레킹 코스는 ‘운탄고도 1330’이라는 이름으로 올 하반기 정식 개장했다. 만항재 코스를 포함한 9개 코스(전체 길이 173㎞)를 갖춘 힐링로드다. 또한 함백산에는 지난 1998년 설립한 태백국가대표선수촌이 자리하고 있어 매년 수백명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

 

▲ 함백산은 태백산의 한 봉우리로 분류되지만 해발고도로만 보면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사진은 함백산의 가을풍경.
▲ 함백산은 태백산의 한 봉우리로 분류되지만 해발고도로만 보면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사진은 함백산의 가을풍경.

 

■ 함백산

함백산은 황지의 진산으로 산속에 엄청난 양의 석탄이 매장돼 있어 예전엔 국내 굴지의 탄광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함백산은 해발 1573m로 태백산(1567m)보다 높이 솟아 있지만 태백산의 한 봉우리로 불리는 특이한 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강산 전 태백문화원장은 “옛날 함백산 인근의 태백산, 대봉, 천의봉, 백병산, 연화봉을 모두 아울러 태백산으로 부르다가 산이름을 세분화하면서 함백산이란 이름으로 고착했기 때문”이라며 “함백산 기슭에 위치한 정암사가 태백산 정암사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함백산에는 정선군 방면의 정암사가 자리한 것을 비롯해 태백시 방면으로 본적사와 심적사, 묘적사, 은적사 등 4개의 큰 절이 소재했던 곳으로 예부터 고승대덕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산의 전체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는 험준한 산세를 지녀 친근한 외양을 지니고 있는 산은 아니다. 인근의 대덕산과는 달리 함백산에 내린 빗물은 서쪽과 남쪽 바다로만 흘러간다. 먼저 북서쪽 사면의 계류들은 정선군 사북읍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동남천에 흘러 내를 이루고 서남쪽 사면의 계류들은 영월군 상동읍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에서 내를 이룬다. 동남 방향의 계류는 서학골천에서 황지천을 통해 낙동강 본류와 합수한다.

▲ 함백산은 전체적으로 급경사를 이루기 때문에 함백산을 지나는 도로는 산세에 따라 심한 굴곡을 이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 함백산은 전체적으로 급경사를 이루기 때문에 함백산을 지나는 도로는 산세에 따라 심한 굴곡을 이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함백산 일원은 예전 삼척탄전지대의 중심지역으로 함태탄광과 삼척탄좌, 정동탄광, 어룡탄광이 있던 곳으로 석탄의 개발과 원활한 수송을 위해 운탄용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특히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화전동을연결하는정암터널(길이 4505m)은 국내에서 가장 긴 철도터널로 현재도 사용하고 있으며 봉화와 영월, 삼척과 제천을 잇는 국도와 지방도도 함백산을 통과한다. 지금은 폐쇄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도 함백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서북쪽 산록에 위치하고 있는 천년고찰 정암사는 지난 2020년 수마노탑이 국보(332호)로 승격되며 인구감소로 시름하는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선사한 바 있다. 정암사를 끼고 흐르는 청정 하천은 열목어서식지로 천연기념물 제73호로 보호하고 있다.

함백산 일원은 예전 삼척탄전지대의 중심지역으로 함태탄광과 삼척탄좌, 정동탄광, 어룡탄광 등이 있어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태백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모든 탄광이 문을 닫았고 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떠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폐광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김재영 한양대 교수는 “함백산 일원은 태백지역 석탄산업의 중심을 이뤘던 곳으로 아직도 많은 탄광 흔적이 방치되고 있다”며 “탄광도시 태백의 중심을 이뤘던 함백산 일원의 폐광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보전대책 등 제도적·정책적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예전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조성된 운탄고도를 활용해 강원도와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폐광지역이 합심해 산악 트레킹코스 ‘운탄고도 1330’을 만들었다.
▲ 예전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조성된 운탄고도를 활용해 강원도와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폐광지역이 합심해 산악 트레킹코스 ‘운탄고도 1330’을 만들었다.

■ 만항재와 ‘운탄고도 1330’

만항재는 해발 1330m의 고개로 포장된 국내 고갯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다. 강원도와 폐광지역 지자체가 합심해 지난 10월 개장한 ‘운탄고도 1330’이라는 이름도 해당 코스의 정점을 이루는 만항재의 높이에서 따왔다. 산이 높고 바람이 많아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만큼 서늘한 기온을 지니고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만항재 인근에도 풍력발전기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 이국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만항재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으로 대덕산 금대봉 ‘천상의 화원’에 비유해 ‘산상의 화원’으로도 불린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일년 내내 야생화가 지천이다. 데크 등 인공시설을 최소화한 산상의 화원은 야생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연중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니 식물도감 한권쯤은 지니고 방문하는 게 좋다.

꽃도 아름답지만 만항재의 중심을 이루는 풍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늘어서있는 낙엽송 군락이다. 날렵한 자태로 촘촘히 서있는 낙엽송 사이에 눈을 감고 서 있으면 잔잔한 파도가 끊임없이 일렁이는 바닷가에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안개 낀 날 만항재를 방문하면 구름처럼 몰려오는 안개와 낙엽송의 검은 그림자가 수묵화를 보는 듯한 신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만항재를 지나는 ‘운탄고도 1330’은 평균고도 546m의 산길을 걸을 수 있는 트레킹코스로 강원도와 태백·삼척시, 영월·정선군, 영월산업진흥원, 강원도관광재단이 함께해 조성했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전체 길이 173.2㎞의 코스로 모두 9개 구간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영월에서 태백 황지연못까지 연결되는 1~6구간이 개장했고 나머지 구간은 내년 시설보강을 마친 뒤 개방할 예정이다. 예전 차가 다니던 길이 산길임에도 도로폭이 넓고 급경사 구간이 많지 않아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운탄고도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엄광열 영월산업진흥원장은 “운탄고도 1330은 옛 광산도로를 재활용한다는 역사성뿐 아니라 평균 고도 546m의 청정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최고의 트레킹 코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며 “면세점 입점 등 부가적인 시설보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는 길로 멀리 국내외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안의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