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이나 야간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암살자’를 만난다. 늦가을이라도 강원 산간은 공기가 매서워 도로 위에 살얼음이 낀 줄 모르고 과속하거나 급정거하려다 발생하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경고문에 등장한 단어다. 경광등에선 ‘도로 위 암살자 살얼음 주의’에 이어 빙판에서는 제동거리가 7배로 늘어나니 조심하라는 큼직한 문구가 번쩍거린다. 시내와 달리 강원산간을 뚫고 지나는 고속도로에선 살얼음이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긴 하나 좀 섬뜩하긴 하다.

노면 살얼음은 겨울철 야간 운전 때는 더 보이지 않아 ‘블랙 아이스’로 불린다. 한국도로공사 도로 기상관측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고속도로 전 구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박문수 등 6명의 전문가는 2020년 겨울 중앙고속도로 남원주에서 남안동 인터체인지까지 132.5㎞ 구간에서 7차례 이동형 노면온도를 관측한 결과 교량의 노면온도가 지상보다 낮아 살얼음이 더 잘 끼기 쉽다고 밝혀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살얼음이어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시·관리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 살얼음 정보를 인공지능기술로 수집해 자동차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연동할 필요성을 느낀 연구자에 의해 방법이 제시된 적도 있다. 반투명한 얼음덩어리인 얼음싸라기, 비로 내리지만 곧 얼어붙는 어는비 날씨라면 노면 살얼음을 예측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진짜 문제다.

‘살얼음=암살자’라는 등식이 더 거슬린 것은 요즘 그야말로 ‘살얼음 사회’ ‘살얼음 시국’으로 불릴 정도로 곳곳의 위태로운 징후 때문이다. 이전에 겪은 적 없는 압사 참사가 서울 대도심 이태원 거리에서 발생했고, 국민 의사와 무관한 언론 탄압이 횡행하고 있다. 살얼음 경제만으로도 벅찰 지경인데 사정당국까지 나서 선택적 칼날을 휘두르니 더 평온할 새가 없다. 블랙 아이스 사고를 줄이려면 예측 가능 시스템이 돼야 한다. 비단 도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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