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성료
지역작가 144명 참여·40일 전시
월정사 제외 2만 1000여명 관람내년 ‘키즈’ 행사 자연스레 연결

▲ 평창 진부면 일원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전시장 전경과 관객들 모습. 공연장과 수영장 등에 조성된 전시장과 배추를 심은 공간 등 지역성을 살려 호평 받았다.
▲ 평창 진부면 일원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전시장 전경과 관객들 모습. 공연장과 수영장 등에 조성된 전시장과 배추를 심은 공간 등 지역성을 살려 호평 받았다.


지역 주민, 작가, 공간, 모두가 사공이 되어 각자 노저어 저마다의 산에 도착하거나 스스로 산이 됐다.

국내 최초의 노마딕 시각예술축제 강원트리엔날레가 평창에서 새로운 3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사공보다 많은 산’이 최근 마무리됐다.

강원트리엔날레는 평창에서 3년간 여는 행사의 대주제로 ‘예술의 고원, 평창’을 정했다. 올해는 이 주제를 실현하는 첫해였다.

평창송어축제장과 진부시장 내 컨템포러리 룩, 진부역, 월정사 등 4곳에서 동시 진행, 40일간 2만 1000명이 찾았다. 월정사 방문객을 포함하면 27만여명이 된다. 강원작가들이 대거 참여, 일반 전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작을 포함해 강원의 호흡을 압축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국제예술제로 출발한 행사 일부가 ‘강원작가’만으로 꾸며지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한 논쟁거리이지만, 지역 예술공원화를 목표로 지역성과 예술성을 함께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신선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강원미술 대안 플랫폼 역할

올해는 3년전 홍천에서 열린 2019 강원작가전보다 지역 참여작가 수(21명)보다 7배 늘었다. 전체 참여 작가 164명 중 144명이 강원출신이거나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를 위해 도내 주요 미술단체로부터 작가들을 추천받았고,운영위를 통해 지역 미술계 의견을 수렴했다. 도립미술관이 없는 열악한 지역에서 분투하는 강원 작가들의 무대를 넓히고, 동시대 작가들이 지역에서 호흡하는 대안 플랫폼을 제시했다. 일반 전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초대형 사이즈의 대작들은 관객을 압도했다. 신지희 운영실장은 “강원의 작가만으로 이 정도 전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획·구성을 하는 입장에서도 놀랐다”고 했다. 젊은 세대 작가들이 성장하는 요람도 되고 있다. 이해반·이은우 작가 등은 트리엔날레 전신 행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제출, 주목받으며 성장한 케이스다. 두 작가 모두 올해 출품, 다시 이목을 끌었다.



■지역 유휴공간 장기 활용

어린이 실내 낚시터, 게이트볼장, 공연장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활용한 선택은 탁월했다. 여름에는 물이 채워지는 수영장 안에 전태원 작가가 오백나한을 형상화한 ‘천년의 미소’가 앉았고, 권용택의 돌, 김명숙의 섬유공예 작품 등이 그 위로 띄워졌다. 평소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줬을 공연장에는김병호·김아영·김차섭·류재림·조병국·최덕화·허정원 등 45명의 작품이 들어섰다. 특히 큰 무대 뒤 최선길 작가가 반계리 은행나무를 그린 ‘천년의 노래’, 그 앞으로 엄영달 작가의 ‘잡상’이 설치됐다. 옛 게이트볼장에는 길종갑 작가의 대작과 광부화가 황재형 작가의 작품 등이 걸린 가운데 ‘평창군 노인지회’라고 쓰인 거울이 붙어 있어 공간 재생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아트숍 ‘파빌리온’과 강원 작가 5명이 참여한 조각공원은 원래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으나 주민 휴식·문화공간이 됐다.



■지역을 예술 속으로

트리엔날레는 진부지역을 연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각예술가들이 행사장 내 비닐하우스 안에서 진행한 ‘아트-밭’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삶과 예술을 합하는 실험의 공간이 됐다. 진짜 배추가 심어진 밭 사이에 지역 대학생들의 조각이 전시됐고, 평창의 풍경과 농부들을 주목한 사진영상·에세이가 결합한 ‘평창연구아카이빙’은 삶 자체가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진부의 입말음식 F&B’는 토박이 주민들과 하미현 연구가가 합심, 닭반데기, 취떡볶이 등을 선보였다. 코디네이터와 도슨트, 안내인력도 모두 주민들이 맡았다. 차재 예술감독은 “강원의 높은 예술적 성취는 이미 산이다. 이에 더해 강원 주민의 일상도 예술로 발견해 엄연한 산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 참여 확대

어린이·청소년 참여를 늘려 키즈트리엔날레와도 자연스레 이어질 전망이다. 진부중 과 정상급 그래피티 작가 제바 유승백의 협업작 ‘월정-SCAPE’은 팔각구층석탑 구조물 외벽에 설치됐고. 평창·태백·홍천에서는 드로잉 워크숍이 진행됐다. 전국 청소년 대상 공모 선정작 30점은 진부역에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직전 개최지 홍천과도 이어져 오는 30일부터 홍천미술관에서 순회전을 이어간다. 강원지역 학생들의 단체관람도 많았다. 오태훈 삼척 삼일중 교사는 “영동에 다양한 문화 행사가 부족한데 눈높이에 맞는 친절한 안내가 좋았고 동향 작가를 발견한 학생들이 자긍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트리엔날레의 내년 예산은 대폭 삭감 편성, 고민이 깊다. 트리엔날레 측은 평창에서 2024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점 등을 고려,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협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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