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3년 일정 시작, 지역 예술공원화 기대

국내 최초의 노마딕 시각 예술축제인 강원트리엔날레가 평창에서 새로운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2018 동계올림픽 레거시 사업으로 출발한 이 행사는, 강원도 전역을 예술 공원화한다는 목표로 진행돼 미술계뿐 아니라 주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3년마다 지역을 옮겨가며 열리는 트리엔날레는, 지역성과 예술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술계의 실험적 아이디어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강원도가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기를 바랍니다.

강원트리엔날레는 평창 행사의 대주제로 ‘예술의 고원, 평창’을 정했습니다. 이 주제를 실현하는 첫해 행사로 열린 ‘강원작가트리엔날레 2022 사공보다 많은 산’이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주민, 작가, 공간, 모두가 사공이 되어 각자 노 저어 저마다의 산에 도착하거나 스스로 산이 되자는 취지로 열렸습니다. 강원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평창 송어축제장과 진부시장, 진부역, 월정사에서 동시 진행돼 40일 동안 2만1000명이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사찰 방문객을 포함하면 27만명에 달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행사는 예술이 지역의 삶과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시각 예술가들이 행사장 내 비닐하우스 안에서 진행한 ‘아트-밭’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배추가 심어진 밭 사이에 대학생들의 조각이 전시됐습니다. 평창의 풍경과 농부들을 주목한 사진영상·에세이 ‘평창 연구 아카이빙’은 삶 자체가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도시 화랑이나 대형 전시회장에서만 즐겼던 예술의 마당을 일상의 무대로 확장해 생동감을 더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도립미술관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분투하는 강원 작가들의 무대를 넓혀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3년 전 홍천에서 열린 2019 강원작가전보다 지역 작가 참여가 7배 증가했습니다. 동시대 작가들이 호흡하는 대안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면에서도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강원트리엔날레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더 나아가 국제적인 미술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 뒤따라야 합니다. 미래 세대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도 배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년 예산이 삭감 편성돼 행사를 내실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술계와 주민의 성공 의지와 더불어 행정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