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속초에 문을 연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을 두고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직접 철거 의사를 밝히면서 때 아닌 정치색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기자차담회에서 “진로교육원에 갔더니 신영복씨의 글씨가 큰 돌에 세겨져 있더라. 기관에게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전했다. 거기 글씨를 강원도 교직에 몸담았던 분 중에서 국전에 입상하셨던 분의 글씨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처음처럼’ 소주병 글씨 등으로 대중들에게 유명하다. 신 교수에 대한 사상 논란은 과거 그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부터 시작된다. 당시 육사 교관이었던 그는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조직도에 민족해방전선이라는 조직의 주요 인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20년 뒤 출소했으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지속됨에 따라 그의 사상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신영복 교수 서체는 올해 들어 각지에서 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가정보원과 경기도교육청은 신 교수의 서체가 쓰인 원훈석과 직인을 교체했고, 도내에서도 지난 10월 강릉시가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현판’을 다른 글씨체로 교체했다.
이번에 신 교육감이 직접 교체의지를 밝히며 논란이 된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에도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가 사용됐다. 높이 3m, 폭 1m 규모인 해당 표지석은, 조성 당시 1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도내 교육계 일부는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강원진로교육원장을 맡았던 장주열 전 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표지석은 신영복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편지와 함께 직접 글씨체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유작”이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내 교육계 인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육기관에서 이걸 두고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가 휴전선과 DMZ와 같이 안보 유산을 보유하고, 분단의 현실을 마주바라보고 있는 강원도 진로교육원 기념비 글씨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있다”면서 “도교육청에서는 기념비 글 내용과 서체에 적합한 작가를 찾고자 논의 중이며, 도교육청 산하 적절하지 않은 상징 및 서체와 문구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교체 및 변경을 위한 협의회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23일 본지 확인 결과 강원도교육청 청사 내 일부 장소에도 신영복 교수의 직인과 글씨체 등이 활용된 기념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