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 문을 연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에 신영복 교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본사DB
▲ 지난 2016년 문을 연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에 신영복 교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본사DB

지난 2016년 속초에 문을 연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을 두고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직접 철거 의사를 밝히면서 때 아닌 정치색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기자차담회에서 “진로교육원에 갔더니 신영복씨의 글씨가 큰 돌에 세겨져 있더라. 기관에게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전했다. 거기 글씨를 강원도 교직에 몸담았던 분 중에서 국전에 입상하셨던 분의 글씨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처음처럼’ 소주병 글씨 등으로 대중들에게 유명하다. 신 교수에 대한 사상 논란은 과거 그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부터 시작된다. 당시 육사 교관이었던 그는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조직도에 민족해방전선이라는 조직의 주요 인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20년 뒤 출소했으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지속됨에 따라 그의 사상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신영복 교수 서체는 올해 들어 각지에서 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가정보원과 경기도교육청은 신 교수의 서체가 쓰인 원훈석과 직인을 교체했고, 도내에서도 지난 10월 강릉시가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현판’을 다른 글씨체로 교체했다.

▲ 강원도교육청 내 창문 블라인드에 새겨진 신영복 교수 작품. 정민엽
▲ 강원도교육청 내 창문 블라인드에 새겨진 신영복 교수 작품. 정민엽

이번에 신 교육감이 직접 교체의지를 밝히며 논란이 된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에도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가 사용됐다. 높이 3m, 폭 1m 규모인 해당 표지석은, 조성 당시 1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도내 교육계 일부는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강원진로교육원장을 맡았던 장주열 전 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표지석은 신영복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편지와 함께 직접 글씨체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유작”이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내 교육계 인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육기관에서 이걸 두고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로 새겨져 있다.사진=독자제공
▲ 강원진로교육원 표지석.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로 새겨져 있다.사진=독자제공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가 휴전선과 DMZ와 같이 안보 유산을 보유하고, 분단의 현실을 마주바라보고 있는 강원도 진로교육원 기념비 글씨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있다”면서 “도교육청에서는 기념비 글 내용과 서체에 적합한 작가를 찾고자 논의 중이며, 도교육청 산하 적절하지 않은 상징 및 서체와 문구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교체 및 변경을 위한 협의회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23일 본지 확인 결과 강원도교육청 청사 내 일부 장소에도 신영복 교수의 직인과 글씨체 등이 활용된 기념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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