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강원 워케이션
강릉·홍천 등 워케이션 성지 자리매김
성장가능성·선호도 분석 상위권 차지
접근성·자연경관·먹거리 등 인기요인
사무실 벗어나 업무 능률·활력 향상
장기체류자 위한 인프라 개선 필요
지역 스토리텔링 콘텐츠 발굴 우선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계속된다. 일과 쉼 역시 마찬가지다. 온전한 쉼을 위해 강원도를 찾았던 기존과 달리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강원도는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의 성지로 급부상했다. 강원관광재단과 인터파크투어가 지난해 출시한 워케이션 특화상품의 경우 1만9727박(3~5월 8238박, 10~12월 1만1489박)이 판매됐다. 올해 3월~5월 여기어때, 인터파크투어, 타이드스퀘어 등과 함께 내놓은 강원 워케이션 기획전이 2만2801박이 팔렸다는 소식은 워케이션 성지로서의 강원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 성장가능성 30위 중 강원도 지자체 5곳 차지

워케이션 분야에서 강원도의 성장가능성은 여러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성장가능성과 선호도를 중심으로 유망후보지를 추출한 결과 강원도내 지자체는 상위 30곳 중 5곳이 포함됐다. 가장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 지역은 강릉이다. 강릉은 성장가능성 114.6을 기록, 성장가능성 중위지수 98.2를 넘겼을 뿐 아니라 강원도내 전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홍천이 110.6으로 뒤를 이었으며 춘천(109.7), 원주(108.0), 삼척(106.0) 순이다.

소셜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대중 선호도 분석에서도 강원도는 상위권에 올랐다. 상위 25곳 중 8곳이 강원도내 지자체다. 한국관광공사가 소셜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중 선호도 분석값을 측정한 결과 춘천이 949의 빈도로 확인, 강원도내에서 1위, 전국에서 다섯번째를 기록했다. 속초가 389로 뒤를 이었고 정선(379), 강릉(347), 동해(334), 고성(295), 양양(265), 평창(239)로 집계됐다.

워케이션은 이제 현실이다. 강원도내 곳곳에서 워케이션 참가자를 유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숙박플랫폼 ‘야놀자’의 경우 최근 임직원 60여 명이 동해에 머물면서 워케이션에 참여했다. 강릉시는 최근 강릉관광개발공사와 함께 ‘워케이션 페스티벌’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사무가구 업체 데스커는 아예 양양에 워케이션 체험공간을 조성했다. 워케이션 도입 기업들이 마땅한 업무 공간을 찾지 못하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지윤호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강원도의 경우 이전보다 접근성이 많이 좋아지면서 심리적 거리가 매우 줄었고 특히 젊은 연령층에게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졌다”며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가까운 곳에서 웰니스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원도와 맞아 떨어지면서 워케이션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원도의 콘텐츠들이 다양해지면서 ‘내 또래’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되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워케이션

워케이션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 동해안 지역의 경우 비수기로 꼽히는 겨울철에도 워케이션 참가자들을 유치, 또 다른 미래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산한 워케이션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척 근덕면에서 레스토랑 레반토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규씨는 “강원관광재단과 연계한 워케이션 사업에 참여했는데 200여 명이 찾았다”며 “동해안 관광지의 특성상 11월은 비수기이지만 워케이션 사업 참여를 통해 비수기에도 많은 인원이 몰려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오래 지내다가 자연이 좋아 삼척으로 내려와 영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삭막한 도심지에서 벗어나 업무를 하는 워케이션이라는 취지가 매우 공감됐다”며 “여유롭게 일을하고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풍경과 공간에 만족하셨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월에서 카페 ‘올라’를 운영하고 있는 전유나씨도 바뀌고 있는 근무 환경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유럽식 브런치 카페인 ‘올라’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일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올라’를 찾은 워케이션 이용객은 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전유나씨는 “이용객들을 위해 모든 자리에 콘센트 사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했고 회의실은 워케이션을 위한 장소로 평일에는 항상 비워뒀다”며“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여유롭게 일을 하고 끝 마치면 다양한 체험도 가능한 강원도가 워케이션에 큰 강점이 있다고 느꼈다.” 고 말했다.

▲ 삼척 워케이션에 참가한 조효원씨가 공유 오피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삼척 워케이션에 참가한 조효원씨가 공유 오피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강원이 선물한 여유

강원도 워케이션을 경험한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은 강원이 보유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익숙하고 딱딱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니 일의 능률도 오르고 삶의 활력도 얻게 됐다.

최근 삼척에서 4일간의 워케이션을 경험한 조효원(35·서울·IT 여행스타트업 근무)씨는 “삼척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장호항과 궁촌항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장호항에서의 카약체험과 전형적인 항구 모습을 보존한 궁촌항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낯선 곳에서 일을 하니 오히려 업무 능률도 올랐다”고 했다.

다만 워케이션이 성공하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당부했다. 조효원씨는 “호텔 객실이나 공유오피스로 정해진 식당·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마우스나 키보드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의자도 딱딱해 장시간 앉아 업무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일을 마치고 저녁에 관광지나 도심으로 나가보면 식당이 대부분을 문을 닫아 이용할 수가 없었던 점도 아쉽다”고 했다. 조씨는 “워케이션의 최대 장점은 낯설고 새로운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도 휴가를 와서 여유롭게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라며 “처음 와본 삼척은 기억에 남고 관광객으로 또 찾고싶다”고 말했다. 4일간 영월에서 지낸 원호형(46·서울·회사원)씨 역시 “영월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업무를 보는데 그 몰입되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영월 천문대에서 별을 감상했던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됐다.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데 영월 곳곳이 ‘별’을 상징하고 있어 인상깊었다”며 “여행으로 오게 되면 관광지 중심으로 보게 되고 사람에 치일 때가 많은 데다 돌아가야한다는 압박감에 여유있게 즐길 수 없는데 워케이션은 퇴근하고 둘러볼 수 있으니 여유롭다”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콘텐츠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강원도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지역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윤호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워케이션이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서 급하게 논의되는 되는 감도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됐을 때도 강원 워케이션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지 교수는 워케이션을 위한 인프라 개선을 경계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그 지역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강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 워케이션을 중심에 두고 인프라를 갖추려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굳이 워케이션을 위해 좋은 숙소, 공유오피스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장기체류자들이 더 머물고 싶어하는 수요를 계속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다. 한여옥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장 역시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에서 워케이션 활성화로 지역 인구소멸 문제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스토리가 있는 지역 체험, 강원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신재훈 eric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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