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손흥민·황희찬 고군분투
손, 기적의 회복력 전세계 주목
월드컵 3회 연속골 등 기록 도전
황, 햄스트링 통증 불구 합류
4년전 맹활약 기억 되찾아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의 핵심인 ‘춘천 듀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나란히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은 손흥민과 황희찬을 비롯해 김민재, 황의조, 이강인 등 해외파 선수 8명을 보유,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팀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손흥민·황희찬을 중심으로 한 극심한 주전 의존도와, 부족한 전술 다양성, 골 결정력의 기복 등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 손흥민의 3번째 월드컵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 흘릴까

손흥민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다. 강한 승부욕에서 나오는 눈물로 월드컵 때마다 손흥민의 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와 2차전에서는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렸지만 팀이 2대4로 패하면서 경기 종료 후 땅을 치면서 분을 삼켰다. 벨기에와 마지막 3차전 패배 후에도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으로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4년 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멕시코와 2차전 패배와 함께 2연패를 기록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삼켰다. 독일과 3차전 승리 후에도 마찬가지. 탈락의 아쉬움과 승리의 기쁨이 섞인 눈물이었다.

이제 손흥민은 카타르에서 꿈의 무대를 밟고 세 번째 질주를 시작한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과 입지부터 달라졌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다만 앞서 손흥민은 이달 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안와 골절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희박했다. 실전을 소화하려면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국내 의학계의 전망이 있었으나 놀라운 속도로 회복하며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기적의 회복력을 보인만큼 ‘미라클 손’이라 불러야 할 듯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3골)을 차지했다. 개인 역량만 놓고 보면 H조에 속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공격수 반열에 올라선 손흥민이 주는 위압감은 상대에 공포나 다름없다.

손흥민의 프리킥도 조율을 마쳤다. 프리킥은 약팀이 강팀을 한 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무기다. 안와골절 부상을 입고 회복 중인 손흥민이 큰 움직임 없이 골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전담 키커로 나설 정도로 그 능력이 ‘월드클래스’ 급이다. 올해 A매치에서도 프리킥으로 무려 3골(칠레,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이나 터트렸다. 그야말로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프리킥으로 한 골만 더 터트리면 ‘왼발의 달인’ 하석주 아주대 감독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프리킥골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손흥민은 프리킥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데 대해 “결국엔 훈련이 답이다. 운동 끝나고 시간 날 때 프리킥 연습을 계속해 왔던 게 이제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쓸 자리기도 하다. 여태까지 월드컵에서 3골을 넣은 손흥민은 안정환, 박지성과 동률이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골을 넣으면 그때마다 곧 역사가 된다. 2014, 2018년에 이은 세 개 대회 연속골이라는 진기록도 쓸 수 있다.

 

▲ 손흥민, 황희찬
▲ 손흥민, 황희찬

■ ‘황소’ 황희찬 햄스트링 통증 극복해야

공교롭게도 황희찬은 손흥민처럼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의 악재가 왔다. 황희찬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힌 햄스트링 통증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왼쪽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황희찬은 지난 14일 도하에 입성한 뒤 계속해서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으나, 회복이 더디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큰 부상이 아닌 만큼 선수 교체 없이 황희찬의 회복을 기다리기로 하며 월드컵 최종명단을 교체 없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돌격대장’ 황희찬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RB라이프치히를 떠나 울버햄프턴에 합류했다. 부상 변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리그 30경기(선발20, 교체10)에 출전해 5골1도움을 기록한 황희찬은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벤투호 부동의 오른쪽 날개인 황희찬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조금 주춤했어도 돌파 능력과 득점력에서는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골잡이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손흥민이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 터뜨린 2골 모두 황희찬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 데서 비롯됐다. 황희찬은 월드컵 직전 6월과 9월 평가전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변함없는 골 감각을 보여줬다. 지난 4년 동안 손흥민, 황의조와 호흡을 맞춰온 황희찬은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과 높은 조직력을 보이며 중앙공격자원들에게 많은 득점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002년 4강 신화 주역이자 2010년 월드컵에서도 힘을 보탠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기동력’을 벤투호의 16강 진출의 필승 키워드로 꼽았다. 이영표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어떻게 16강에 진출했는지 뒤돌아보면 상대를 압도하는 기동력이 있었다”며 “상대보다 더 잘 뛰고, 많이 뛰고, 빠르게 공수전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예섭 yes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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