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헬기 추락 사고]
현장서 수차례 폭발음 주민 불안
당초 비행계획-실제 인원 달라
2명 시신훼손에 신원 파악못해
헬기 노후·탑승관리 놓고 논란
유족들 눈물만…오늘 부검 진행

양양군 헬기 추락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비행계획 신고 때만해도 2명만이 탑승으로 신고, 미신고 사망자의 탑승이유와 신원 확인을 놓고 소방당국 등이 애를 먹고 있다. 추락 이후 수차례 폭발음과 산불마저 발생, 지역 주민들도 하루종일 불안에 떨었다.

■ 추락과 동시에 불길 번져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진화용 임차헬기 추락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헬기 몸체는 완전히 부서지고 불에 타 형제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현장에서 근처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꽝’하는 소리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와 보니 뒷산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또 “30여분 뒤 소방차와 산불진화 인력이 도착해 진화에 나선 후에도 수차례 폭발음이 이어져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인근에서 농사일을 하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B씨는 “헬기에서 산불계도용 안내멘트가 나오다 갑자기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왔으나 불길이 야산으로 옮겨 붙고 사고헬기에서 불길과 폭발이 계속돼 마땅히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사고현장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주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신이 수습되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김진태 지사, 권혁열 도의장, 이병선 속초시장, 김진하 양양군수는 일제히 현장을 방문,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 미신고 사망자 신원 확인 난항

더욱이 이번 사고는 당초 비행계획과 실제 탑승인원이 다르면서 피해자 신원 파악에 관련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양양공항출장소에는 2명 탑승으로 신고 돼 있었으나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5구의 시신이 발견, 신고 당시 3명이 누락된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기장 이모(71)씨는 출발 직전인 27일 오전 8시 51분쯤 양양공항출장소에 연락해 산불 계도 비행을 알렸다. 당시 탑승 인원은 기장과 부기장 2명으로 전달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기장 이모씨와 부기장 김모씨, 20대 정비사 A씨까지다. 나머지 여성 2명은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A씨 역시 헬기임차 업체의 확인 끝에 신원이 확인됐다.

신고 인원과 실제 탑승 인원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비행계획서 제출 방식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양양공항출장소 관계자는 “민간인들에도 개방돼 있기 때문에 구두나 서면, 팩스 등 비행계획서 제출방법은 여러가지”라며 “기장이 제출하는 근거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제작한지 47년이 지난 기종으로 밝혀져 노후 헬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 유족들 오열

이날 오후 6시께 양양 장례식장에는 신원이 확인된 기장 A씨 정비사 B·C씨의 유족 8명은 장례식장의 “확인이 어렵다”는 안내에도 불구, “그래도 보고 싶다”며 안치실로 향했다. 사망자를 확인한 유족들은 “눈으로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라며 “너무 심하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들도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하기도했다. 사망자 5명의 시신은 28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속초시 노학동의 헬기 계류장에 주차된 정비사의 차량에서 지문 등을 수집했다. 속초시와 고성·양양군은 산불위험시기에 매년 공중에서 방송으로 산불 위험을 알리고 초동 진화 활동을 진행해왔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9시 30분 계도 비행을 위해 계류장을 이륙한 지 1시간 20여 분 만인 오전 10시 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추락했다. 최훈·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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