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반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지나갔다. 스코어는 1대 1.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6강의 꿈은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기심은 추가시간 6분을 알렸다. 째깍째깍 절박한 순간, 30초쯤이 흘렀을까, 드디어 승점 3점을 챙기는 골이 터졌다. 우리 진영, 상대의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손흥민이 70m 넘게 내달렸고, 황희찬의 발끝에서 극적인 역전골이 완성됐다. 상대 수비 7명에 에워싸인 상황에서도 절묘하게 빈틈을 파고든 손흥민-황희찬 ‘강원 듀오’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고 여겼던 경기. 그러나 후반 시작 스코어는 0대 2. 탄식이 무겁게 이어지던 순간, 이강인이 문전으로 ‘택배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의 헤더가 가나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경기는 2대 3으로 패했지만, 다득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반전의 물꼬를 튼 골이었다.

동아시아의 맹주, 한국과 일본이 동반 16강의 기적을 연출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용인술이 특히 시선을 끌고 있다. 포르투갈전과 가나전에서 단숨에 경기의 흐름을 바꾼 이강인·황희찬은 후반전에 투입한 승부수였다. 일본 또한 독일과 스페인전에서 터진 4골이 모두 교체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경기에서 후반 교체 카드를 활용, ‘죽음의 조’를 뚫는 대역전극을 일군 것이다. 물론 선발 라인 5명을 바꾼 코스타리카전에서 일격을 당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독일·스페인전을 놓고 본다면, 전반과 후반의 일본팀이 같은 팀이 맞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용인술은 탁월했다.

용병·용인술은 손자·오자 이래로 병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승전의 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용인술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선수들은 포기를 모른다. 마스크 부상 투혼을 불사하고, 골라인 밖으로 거의 나간 공을 1㎜, 종이 한 장 차이로 걷어 올리고, 추가 시간에도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면서 승리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됐다.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손흥민 선수의 SNS 인사가 큰 울림으로 다가서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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