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배 강릉본사 국장
▲ 홍성배 강릉본사 국장

어느 날. 금슬 좋은 까치 한쌍이 한 관공서 부근 30m 가량 되는 높은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까치들은 쉼 없는 날갯짓으로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하나, 둘 입으로 물어다 얼기설기 집을 지었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구하기 위해 하늘과 땅을 수백번 오르내렸으며 온전히 부리로만 망치질을 하며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날이 갈수록 축구공만 한 둥근 윤곽을 드러냈고 나무 꼭대기에는 부부가 들어갈 공간과 곧 낳을 새끼방도 꾸미는 것 같았다. 이들이 지은 집은 견고함은 물론 건축미에 예술미까지 더했다. 어느덧 집은 완공 단계에 이르러 까치들은 연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풍급 강풍이 몰아쳐 나무 꼭대기에 겨우살이처럼 붙어있던 까치 집은 바람에 날려 땅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나뭇가지들은 맥없이 흩어졌다. 까치는 어쩔 줄을 모르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빈터로 남아있는 나무꼭대기를 오가며 울기 시작했다.

불안한 눈빛과 슬픈 울음은 그치질 않았다. 그런 까치들을 보면서 금방 새집을 짓기 위해 날아가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집을 포기하지 못한 까치들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주변을 이리저리 날며 3일 동안 울어댔다. 내 집을 돌려달라는 듯 울음은 비통했다. 그 일로 까치집이 떨어진 그 곳을 차마 지나 다니지 못했다. 까치에게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민선 8기 김홍규 강릉시장이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통해 청년주택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청년들이 지역에 거주해야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가 늘어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시는 청년들에게 보급되는 주택들이 우선 저렴해야 한다고 판단, 공원 특례개발 방식과 노후 아파트 부지 매입을 통한 신축 등 여러 안을 검토 중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공원특례개발은 공원부지를 특정인이 매입해 70%는 시 공원으로 기부채납 하고 30%를 자체 개발해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미 강릉에서는 2공원과 7공원 등 2곳에 대해 공원특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이라 하면 만 19∼39세의 연령인데 지난해 말 기준 강릉지역에는 4만7894명(인구대비 22.5%)이 이에 해당한다. 강릉이 서울에 비해 주택 가격이 다소 싸다고 하지만 최근 관광지 개발과 KTX 강릉선이 뚫리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이 내집 장만 하기가 녹록지 않다. 시가 추진하는 청년주택이 전체에 충족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부만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청년주택이 완공되면 누구에게 공급 우선권을 줘야 할까? 강릉 거주자에게 먼저 선택권을 줘야 할까 아니면 외지에서 강릉으로 이사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먼저 줘야 할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지 않으면 입주 희망자들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청년주택 공급 소식에 한 지인이 재미있는 제안을 해 솔깃한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청년주택의 우선권 자격에 지역 봉사활동 마일리지를 도입해 보자는 것이다.

남을 위해 봉사하다 쌓이고 쌓인 봉사활동 점수(마일리지)를 첨부할 경우 청년주택의 우선권을 주자는 것이다. 봉사활동 마일리지를 마땅히 쓸 곳도 없는데 이런 곳에 적용하면 더 많은 자원봉사가 이뤄질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우선권 가이드라인 마련에 강릉시가 이를 적극 도입해 봄직하다.

아직 청년주택을 짓지도 않았는데 무슨 청년주택 우선권이냐 하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청년들은 까치집만한 크기라도 내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강릉시가 서둘러 청년주택 공급에 나서길 바라본다.

가수 싸이가 말했던가.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긴다고. 청년 주택 공급은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에 미쳐보는 강릉시를 기대한다.홍성배 강릉본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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