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위의 춘천 사랑만큼이나 남다른 것이 딸 사랑이었다. 딸을 어쩔 수 없이 시가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프고 원통한 마음을 생생하게 녹여 160구의 장시를 지어 남겼다. 그는 평생 딸을 데리고 살고 싶어 사위를 고를 때 서울에서 구하지 않고, 맏아들을 피해 둘째 셋째에서 골랐다. 그래서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둘째 아들을 택했다. 춘천부사직에서 파면돼 팍팍하게 살 때도 딸 부부를 데리고 한집에서 지냈다.
그런데 시가 시아주버니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둘째 며느리인 딸이 시부모 봉양을 위해 헤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보려나 / 초겨울 바람 기운 차고 / 해는 조용히 검은 구름에 가려지네 / 까마귀떼 부고 소리처럼 울어대며’라며 딸과 헤어짐을 가혹한 형벌로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눈물 흘리며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를 촉구한 희생자의 아버지 모습이 처절한 비통을 넘어 혹독한 형벌이 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알렸다. 누가 ‘세월이 약’이라고 위로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난데없이 생이별이 통지된 희생자 가족의 원통함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한 줌 재로 남은 유골함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너무나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다. 국회 국정조사는 날카로워야 되고, 대통령은 희생자 유족을 만나야 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mihyunpk@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