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추리 굽고 있는 젓가락질보다 더 바쁜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여자들의 수다를 뚫고 내 귀를 때린 휴대폰 벨소리 낯선 번호 타고 흘러오는 목소리 “정OO 할머니 204호에 사시나요?” 저 깊은 바닥으로 가슴이 쿵 떨어진다 매일 열던 현관문 비밀 번호 일곱 개 다 놓아 버린 어머니, 구두시험 준비하듯 수백 번 앵무새처럼 숫자 외운 어머니 콘크리트 벽 앞에서 일곱 개의 숫자 텅 빈 자막이 된 이 겨울, 귀도 눈도 입도 꽁꽁 얼어 붙은 내 어머니, 북극에서 떠내려 온 얼음덩이 같은 어머니의 검은 바다,



결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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