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8시40분 대전 갑천(甲川)을 건넜다. 음력 열이틀 밤하늘은 대낮처럼 환했다. 동짓달 보름을 앞두고 둥근 원을 그려가는 황금빛 달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발치를 살포시 비췄다. 금산 대둔산에서 발원해 일천리 금강으로 흘러드는 갑천의 물소리는 정적 속에 우렁찼다.

2시간 전 자리했던 대전세종 강원도민회 송년회의 개막축하 박수 소리가 메아리친다. 1974년 창립 후 반세기의 연륜을 자랑하는 도민회 모임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채경희·유상학 전 회장 등 원로 회원들이 참석해 행사를 척척 풀어 가는 후배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김진태 강원지사, 송기헌·박정하 국회의원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 축하했다. 김진태 지사는 “우리 이장우 대전시장님 참석하셨죠. 대전에 사시는 우리 강원도민들을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했다.

단상에 오른 이장우 대전시장은 “김진태 강원지사님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한 동지 같은 절친입니다. 오늘 대전세종 강원도민회 자리에서 만나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하고 화답했다. 횡성 출신의 이응우 계룡시장, 불원천리 대전으로 달려온 원강수 원주시장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이응우 시장은 “고향을 떠나온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오늘 대전세종에서 이렇게 많은 고향 분들을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하고 환하게 웃었다. 원강수 시장은 “내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됩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을 강원도에 꼭 전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원주시를 기억해 주세요”하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송년회는 최현일 회장의 환영인사, 시상, 기념촬영, 만찬, 축하공연 등으로 절정을 이루면서 어느새 행사장은 우정과 화합으로 하나가 됐다.

달빛의 안내를 받아 낯선 갑천을 한참 건너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늦은 밤 대전발 서울행 KTX에 올랐다. 서울과 대전,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일곱 시간여 왕복길이 이날은 웬일인지 가볍고 흐뭇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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