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수위 높아져도… “부모님께 말 못해요”
1명에게 110여명 피해 사례 적발
여성청소년 설문 10% ‘피해경험’“부모 포함 어른교육 강화도 필수”

#지난 6월 청소년 A씨는 도내 육군 사단의 현역 중위 20대 남성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B씨로부터 신체 사진과 영상을 요구받았는데, 경찰 조사결과 피해 청소년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돈을 미끼로 노출 수위를 높이는 수법을 썼고 도내 청소년 110여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착취물을 수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청소년 중에는 B씨에게 성범죄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춘천지검은 8일 B씨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지난 4월 도내 한 중학교는 디지털 성폭력 경험과 관련한 전교생 전수조사를 했다. 1학년 성 교육 수업에서 한 학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신체 일부 사진을 받았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강사는 이를 교내 보건교사에게 전달했고 학교차원의 조사를 한 결과 두 명의 학생이 더 익명의 계정을 통해 음란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 통합교육강사는 위 같은 사례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정 강사는 “교육차 학교에 방문하면 한 반에 1명 이상은 익명으로 사진이나 링크를 통해 음란물 등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후에도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성착취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던 최근의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고 진단한다. 유호금 강원서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코로나 이후 가족 없이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놀이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관심을 준다고 여겨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 음란물 유포 대상으로 유인,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로 이어진다”고 했다.

춘천길잡이의집이 춘천·원주·강릉 지역 고등학생 6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원도 청소년 성의식 실태조사 결과(2020)’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662명) 중 47명(7.0%)이 디지털(인터넷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성행위에 대한 대화를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누군가로부터 성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고 요구받은 경험’의 비율은 여학생이 훨씬 높았다. 여성청소년(360명) 중 10.7%(38명)이 이같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남성청소년(302명)의 경우 3.0%(9명)였다. ‘나체사진이나 성적경험 등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받은 경험’도 마찬가지다. 여성 10.1%(36명), 남성이 1.7%(5명)다.

이처럼 디지털 세상 속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공유 사진 등을 부모나 주변에 알린다는 식의 협박, 수치심을 이용해 피해자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 뿐아니라 부모 등 어른을 위한 성범죄 대응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 강사는 “낯선 사람에게 문자가 왔을 때 답하지 않거나 선생님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모님에게 말하면 혼나요’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피해학생에게 ‘왜 답장을 했냐’는 식으로 탓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부당함을 알려주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작 부모 교육은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주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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