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법천·거돈·흥법사 고려 3대 사찰 폐사지 탐방
임진왜란 아픔 스민 법천사지
17만여㎡ 드넓은 절터 위용
전시관 개관 출토 유물 다양
천년 느티나무 거돈사지
분교, 전시실·카페 변신 중
미니어처 전시·해설사 등
신라~고려 거대 사찰 흥법사
삼층석탑·진공대사탑비 남아
탑비 비문 태조왕건 작성 유추

▲ 거돈사지 삼층석탑
▲ 거돈사지 삼층석탑


고려시대 융성했던 3대 사찰의 천년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원주 남한강 유역을 따라 형성된 고려시대 12조창 중 하나였던 흥원창 주변인 부론면과 지정면이다. 부론면에는 법천사와 거돈사, 지정면에는 흥법사 등 큰 규모의 사찰이 자리했다. 지금은 폐사지라 불리는 이들 절터는 사계절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특히 겨울이면 절터 위에 수북이 쌓인 흰 눈이 더욱 고즈넉함을 뿜어낸다. 올 겨울, 원주 부론면과 지정면에서의 겨울 폐사지 탐방을 추천해 본다.

▲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내부
▲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내부

#지광국사탑의 고향, 법천사지

원주 부론면 법천리에는 통일신라시대 창건으로 추정되는 법천사의 절터 법천사지(사적 466호)가 있다.

고려시대 대표 법상종 사찰로, 고려 문종때 지광국사 해린(984~1070)이 말년 입적한 곳이다. 법천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록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지어져 고려시대 융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왜란 등을 겪으며 폐사된 아픔이 있다. 법천사 위용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과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 그리고 17만여㎡에 달하는 드넓은 절터다. 지난 달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문을 열면서 법천사의 역사와 가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1년부터 12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된 석조유물, 매장문화재를 보존, 전시하고 있다.

1층 ‘법천사지실’에서는 법천사 소개 영상과 함께 ‘청동불입상’, ‘광배’, ‘철제 은상감재갈’ 등의 유물과 연화문 수막새 등 각종 기와를 볼 수 있다. 바로 옆 수장고는 개방형으로 조성, 연화대석이나 승탑 중대석, 다양한 모습의 기면와, 치미편, 그릇 등이 있다. 2층에는 금당영역에서 확인된 석조공양보살상을 전시 중이다. 보통의 불상 대좌는 팔각형이 보편적이며, 고려시대의 경우 사각형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법천사지 공양보살상 대좌는 상대석과 하대석이 육각형인 희귀한 사례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르면 2024년 국보인 지광국사탑이 원주로 귀향한다. 지광국사탑은 1911년 일본으로 무단 반출된 후 다시 국내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본래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절터 가장자리에는 높이가 4.55m의 지광국사탑비 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우리민족의 수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
▲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

#거돈사지와 천년 느티나무

법천사지에서 차로 10여분 거리, 부론면 정산리에는 남한강 유역의 또 다른 천년고찰, 거돈사의 절터 거돈사지(사적 제168호)가 있다. 신라 후기인 9세기쯤 창건, 고려 초기 확장·보수된 후 조선 전기까지 운영된 사찰이다. 발굴조사를 통해 중문터, 탑, 강당터, 승방터 등이 확인됐다. 절터 중앙, 금당터 앞에는 거돈사지 삼층석탑(보물 제750호)이 아직 자리해 있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절터 동쪽에는 고려시대 스님 원공국사(930~1018)의 행적을 기록한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보물 제78호)가 있다. 원공국사의 사리탑인 원공국사탑(보물 제190호) 역시 지광국사탑과 지광국사탑비처럼 떨어져 있다. 원공국사탑은 일제시대 일본인의 집에 소장돼 있던 것을 1948년 경복궁으로 옮겨왔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거돈사지에 도착하면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천년 느티나무다. 수령이 10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가 약 20m, 둘레는 750m에 달한다. 거돈사의 흥망성쇠를 목격한 이 나무는 마치 수호신처럼 절터 입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원주시 역사박물관은 거돈사지 출토 유물 등을 전시할 거돈사지 유적센터 개관 준비에 한창이다. 인근 정산분교를 리모델링해 전시관과 북카페 등 2개동으로 꾸몄다. 출토 유물은 물론 거돈사를 미니어처 크기로 복원한 모형, 발굴 자료 등을 관람하고, 해설사로부터 해설도 직접 들을 수 있다.

▲ 거돈사지 느티나무
▲ 거돈사지 느티나무

#흥법사지와 홀로 선 흥법사지 삼층석탑

세 번째 폐사지는 흥법사의 절터 흥법사지다. 법천사지, 거돈사지와는 조금 떨어진 지정면 안창리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유지된 거대한 사찰이었다. ‘고려사’의 기록으로 볼 때 신라시대 창건돼 임진왜란 때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흥법사지에 통일 신라말, 고려 초 활약한 진공대사(869~940)의 사리를 모셔놓은 탑과 돌로 만든 함인 흥법사지 진공대사탑 및 석관(보물 제365호)이 있었으나 1931년 경복궁으로 옮겨진 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흥법사지 삼층석탑(보물 제464호)과 진공대사탑비(제463호)를 통해 과거 번창했던 사찰이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절터 중앙에 고려시대의 탑 흥법사지 삼층석탑이 외롭게 서있다. 탑 옆에 진공대사를 기리는 진공대사탑비의 자리가 있다. 비문이 새겨진 몸돌은 임진왜란 때 훼손돼 깨어진 상태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며, 현재 터에는 받침돌과 머릿돌만이 남아 있다. 비를 이고 있는 것은 돌거북 모양으로 알려져 있으나 얼굴이 마치 용과 흡사하다. 그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다. 탑비는 태조 왕건이 직접 비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흥법사지 진공대사탑비
▲ 흥법사지 진공대사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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