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동해·금강산 봉우리 절경 ‘한국화’ 방불
해발 285m 국가지질공원 운봉산 대자연 만끽
주상절리 너덜지대 지질연구 탐사지역 각광
화강암 바위마다 다른 이름·전설로 재미 더해

■ 구르미 머문 산 고성 ‘운봉산’

해발고도 285m의 운봉산은 국가지질공원으로 태고의 신비를,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이 간직하고 있는데, 대자연의 신비 만큼이나 아주 다양하고 재미난 전설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고성 운봉산 겨울풍경
고성 운봉산 겨울풍경

구름이 머문 산 고성 ‘운봉산’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아득한 수평선까지 바라다보이는 광활한 동해와 병풍처럼 둘러싼 금강산 자락 봉우리들이 펼쳐져 대자연의 풍광에 매료되고 만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는 거진항, 남쪽으로는 속초 장사항까지 드넓은 동해에 떠있는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고성 금강산 봉우리들이 구름을 떠받치고 서남쪽의 울산바위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한 폭의 아름답고 고상한 한국화가 우리의 눈을 통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고성군의 숨겨진 보석 같은 지질공원 관광 탐방지 운봉산, 그 베일을 벗겨 본다.

운봉산 길은 운봉리마을길, 용천사길, 미륵암길 그리고 22사단 정문앞길 등 4갈래 길이 있는데 22사단 정문길에서 출발해 올라가면 다양하게 전해오는 이야기들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주상절리를 만나볼 수 있다. 고성의 해안과 내륙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22사단은 22(이이)가 ‘율곡 이이’와 발음이 같아 ‘율곡부대’라고도 불렸다. 출발지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바로 왼편으로 보이는 가운데가 움푹 팬 바위가 ‘주먹 바위’다. 금강산 장사에게 속은 운봉산 장사가 홧김에 바위를 주먹으로 내리쳐 움푹 파이게 됐다. 바로 여기부터 운봉산의 전설은 시작된다.

고성 운봉산 주상절리 너덜바위지대 
고성 운봉산 주상절리 너덜바위지대 

전설에 따르면 운봉산 장사는 금강산 일만이천 봉에 들기 위해 힘깨나 쓰는 짐승들을 불러 운봉산 봉우리를 구름보다 더 높이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시기 질투한 금강산 장사는 일만이천개의 봉우리가 다 만들어졌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이 말에 속은 운봉산 장사는 분한 마음에 구름 위 산봉우리에서 100일 동안 땅을 치며 울었다. 이 때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들은 무너져 내렸고 장사가 흘린 눈물이 이 돌들을 쓸어내려 주상절리 너덜바위 지대가 형성됐다. 이때부터 이 산의 이름이 ‘구름이 머문 봉우리’ 운봉산(雲峰山)이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증명하듯 얼굴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 동물 형태의 바위들이 산등성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특히 운봉 장사의 거대한 남근바위가 오호리 서낭바위 옆에 있는 여심 바위를 향해 하늘 높이 솟구쳐 있다.

고성 운봉산 공룡바위
고성 운봉산 공룡바위

주먹 바위를 지나 오른편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 가다보면 나무에 가려진 작은 숲길이 있다. 나뭇잎에 가려진 짧은 숲을 지나면 현무암 암괴류 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바로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주상절리 너덜바위다. 고성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생대 알칼리 현무암 분포지역에 속하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곳 운봉산에만 이러한 암괴류 너덜지대가 다섯 군데 형성돼 시간이 멈춰버린 듯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해서 이곳의 주상절리는 지질연구 탐사지역으로 많은 탐험가, 관광객, 등산객,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자연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성 운봉산 삼형제바위
고성 운봉산 삼형제바위

주상절리 너덜바위 밑에는 화강암 지대로 1억7000만년 전 발생한 화산에 의해 형성됐다. 이후 750만 년전 이 화강암을 뚫고 나온 현무암질 화산이 그 위를 뒤덮었다. 그것들이 아주 긴긴 세월 풍화, 침식을 받아 부서지면서 마치 물이 흐르듯 사면을 타고 흘러 내려 지금의 현무암 암괴류 주상절리 모습을 나타내게 됐다. 비온 뒤 주상절리 밑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그 사이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 때문에 운봉산을 지키는 운봉 장사의 정령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도 했었다. 너덜 바위 지대는 돌덩어리들로 서로 엉켜있기 때문에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이나 작은 소지품들이 떨어지면 찾을 수 없으니 너덜바위 위에서는 소지품에 유의해야 한다.

 고성 운봉산 정상석
 고성 운봉산 정상석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망개나무, 산초나무 등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오르기 전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보도블록을 깔아놓은 듯 보이는 주상절리 노두 부분이 나타난다. 이곳은 ‘효자의 길’ 또는 ‘학자의 길’이라 불리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아득히 먼 옛날, 학야리 마을에는 어려운 형편에 병든 노모를 극진히 간병하며 사는 최선달이 살고 있었다. 선달은 궁핍한 집안 살림에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공부하는 아주 부지런하고 착한 시골 총각이었다. 날이 갈수록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수발을 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선달아, 운봉산은 영험한 산이니 100일 동안 길을 닦고 하늘에 제를 올리면 노모의 병이 사라질 것이다.” 그는 신령의 말을 믿고 100일 동안 정성을 다해 길을 닦고 제사를 올렸다. 이후 어머니 병은 씻은 듯이 낳았다. 선달이 자던 중 신령이 또다시 나타나 “이제는 어머니 병도 완쾌됐으니 열심히 공부해 과거를 보면 급제할 것이니라”라고 했다. 그 후로 그는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급제하고 혼인해 7남매를 두고 어머니를 모시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최 선달이 닦아 놓은 이 길이 바로 ‘효자의 길’이자 ‘학자의 길’로 불리는 주상절리 노두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시험에 합격한다고 전해져 과거에는 인근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였다.

 고성 운봉산 프랑켄슈타인바위 
 고성 운봉산 프랑켄슈타인바위 

푸른 동해 섬들의 파노라마와 금강산 봉우리들을 가슴에 한가득 품고 운봉산 정상을 뒤로 한 채 출발지였던 22사단 정문으로 내려온다. 운봉장사 남근바위, 각시바위, 공룡바위, 삼형제바위 등의 기암 괴석들을 보기 위해 운봉산숲길 입구(토성면 운봉리 떡바우골길82)로 향했다. 등산로를 따라 10분 가량 올라가면 화강암 체로 형성된 거대한 바위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방문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그윽하고 향기로운 풍광을 연출해서인지 해마다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고성, 그곳에 자리한 운봉산은 시간이 멈춰 버린 듯, 태곳적 자연의 신비와 수많은 옛 이야기들을 간직한 채 우리 곁에, 그 자리에 우뚝 서있다.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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