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지기 원종호·김호선 부부
1991년 심기 시작한 자작나무
3만㎡ 야산 갤러리 정원 변신
스튜디오·기획전시실 조성
2004년 5월 미술관 정식 개관
미술관 내 게스트하우스 운영
다양한 문화예술 교감의 장소

횡성 자작나무숲 
횡성 자작나무숲 

횡성에서 겨울여행지를 꼽으라면 항상 고민이 앞선다. 선뜻 떠오르는 여행코스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심코 찾은 곳이 있다. 횡성의 겨울숲이다.횡성군 우천면 두곡리에는 둑실마을이 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국도와 마을길을 따라 6㎞ 가량을 가다보면 흰눈으로 소복이 덮인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마을안쪽으로 한걸음 들어서면 말 그대로 산골짜기의 외딴 세상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바로 이곳에 숲속 갤러리가 있다고 하니 이름하여 ‘미술관 자작나무숲’이다. 뽀얀 설국으로 변한 ‘미술관 옆 자작나무숲’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여름도 아닌 한겨울로 접어든 요즘같은 날씨에 숲으로 떠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부에서 본외부 전경
내부에서 본외부 전경

숲은 흔히 치유, 생명, 대자연의 보고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파릇파릇 푸른 빛을 떠올린다. 상쾌한 새소리, 바람소리도 숲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 자작나무숲을 상상해 보라. 흰색 테두리에 가녀린 몸매.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외로움. 정적이 흐르는 고요함….

이런 선입견으로 겨울숲을 상상하는 이들에게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심리적 울림을 주는 묘한 감동을 준다. 하얀도화지 속에 그려진 고요한 숲이 주는 안도감. 이 평안함이 겨울 미술관 자작나무숲을 찾게되는 이유이다.

 카페 내부
 카페 내부

이 숲은 원종호(69) 관장의 고향땅이다. 마을야산 3만여㎡ 공간에 조성된 ‘갤러리 정원’이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원 관장은 젊은 시절 서양화가로 활동했던 도시생활을 접고 현재는 사진작가로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숲지기이다.

그는 1991년 둑실마을 야산에 자작나무 묘목 1만2000여주를 심기 시작해 정원과 야외무대, 숲 속의 집을 하나의 전시작품으로 꾸몄다. 자신의 사진작품을 전시한 상설전시장 ‘원종호 스튜디오’, 초대작가들의 ‘기획전시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하면서 2004년 5월 미술관을 정식 개관했다.

미술관은 역량있는 작가들의 초대전과 신진 아티스트들의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갤러리이자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교감할 수 있는 숲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미술관 내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자작나무 땔감으로 후끈 달아오른 벽난로와 주홍빛의 실내디자인에 묘한 감정이 샘솟는 스튜디오 갤러리에서는 원 관장의 부인 김호선(67)씨가 직접 내린 향긋한 차 한잔을 음미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올 겨울 유난히 눈이 자주 내리면서 자작나무숲은 제철을 맞은 듯 뽀얀 속살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베리아가 고향인 자작나무에게 함박눈은 반가운 손님이리라.

전시실
전시실

미술관을 둘러싼 자작나무숲길에서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귀기울이며 걷는다면 도시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 숲길은 20~30분 정도이지만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무에 기대어 휴(休)식을 취해보면 하루가 부족하지 않을까.

‘한번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숲이 있었던가’라고 돌이켜보는 여유도 느껴진다. 숲지기 원종호·김호선 부부는 숲을 찾는 관람객에게 강조하는 한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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