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스페‘설’ 문화 행사/새해 행복이 깡충깡충 뛰어들어요

▲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미물지생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 전시장 입구
▲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미물지생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 전시장 입구

국립춘천박물관이 설 연휴를 맞아 다채로운 이벤트와 문화행사를 마련,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새해 희망을 전한다. 국립춘천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시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이 설 연휴 기간에도 활짝 열린다.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정선과 풍속화가 김홍도. 이들이 그린 작은 생명의 모습은 어떨까. 두 사람이 그린 초충도가 강원 춘천에 와 있다. 온 가족이 교훈과 소망을 담은 풀벌레 그림을 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다듬어 보기를 권한다.

 

▲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포스터
▲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포스터

■작지만 위대한 풀벌레 세계

 

어릴 때 누구나 제 몸보다 10배는 큰 부스러기를 안가 흙길을 열심히 걷는 개미를 오랜 시간 따라가며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옛 선조들도 마음을 써서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상에 살고 있는 풀벌레들을 가만히 관찰했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그림으로 그렸다. 작지만 그들만의 세계를 쌓아가며 살아가는 풀벌레와 식물들을 보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벌레가 사는 세상에도 공존과 경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상들은 이같은 교훈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작품들로 그려냈다.

박물관이 지난 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개막한 전시로 초충도를 주제로 한 특별전은 국내 최초다.

▲ 이경승, 호접도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이경승, 호접도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정선과 김홍도, 신사임당 등이 그려낸 풀과 벌레. 옛 사람들이 화폭 위에 다시 구현해 낸 작은 생명들이 움직임을 감상하다 보면 모든 생명은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저절로 들어온다.

특히 각자의 본능에 따라 ‘날고’, ‘울고’, ‘뛰고’, ‘기는’ 각양각색 풀벌레들의 다양하고 미세한 동작들을 살려낸 기법들을 보는 재미도 크다. 풀벌레들의 특성별로 전시를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이같은 표현들을 더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

■조상들이 매미를 그린 이유

 

▲ 김홍도 작, ‘협접도 부채’ 속 나비를 확대한 모습.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김홍도 작, ‘협접도 부채’ 속 나비를 확대한 모습.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1부 ‘날고, 울다’에서는 나비와 매미 그림들이 많다. 잠자리, 벌 등 다양한 나는 벌레 중에서도 나비는 옛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린 소재다.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고, ‘장자’의 ‘호접몽(胡蝶夢)’ 속 이치를 떠올리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가 이번 특별전을 통해 국립춘천박물관에 온 김홍도 ‘협접도 부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이경승의 ‘호접도 10폭 병풍’ 등에 아름다운 나비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 남계우 작 ‘괴석과 벌레’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남계우 작 ‘괴석과 벌레’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매미는 군자가 가져야할 다섯가지의 덕을 지녔다고 인식되어 선비들이 특히 좋아했던 곤충이다. 육운의 ‘한선부’에 매미의 오덕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재미있다.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췄고,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을 갖췄으며,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췄고, 거처함에 둥지를 만들지 않아 검소함을 갖췄고, 때에 응하며 자신의 할 도리를 지켜 울어대니 신의를 갖췄다는 것이다. 심사정의 ‘계수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를 보면 옛 선비들의 관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볼 수 있다. 남계우의 ‘꽃과 나비’를 보면 등나무에 매달린 참매미가, 신사임당의 ‘초충도 병풍’에는 원추리에 앉은 풀매미가 그려져 있어 함께 그려진 식물과 매미의 종류들도 매우 다양하다.

▲ 정선 작, ‘여뀌와 개구리’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정선 작, ‘여뀌와 개구리’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2부 ‘뛰고, 기다’에서는 주로 뛰거나 기어 다니는 벌레들을 그린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사마귀와 개구리, 고슴도치 등 다양한 풀벌레 사이의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 세상의 이치를 얻었다. 사마귀의 경우 수레바퀴에 맞서 앞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 신사임당, 초충도 병풍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신사임당, 초충도 병풍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화원별집에 수록돼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선의 ‘여뀌와 개구리’, 심사정의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초충도 화첩’과 ‘초충도 10폭 병풍’도 있다

■작은 생명에서 얻는 치유

 

▲ 심사정 작,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 심사정 작,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3부는 옛 화가들이 풀벌레를 그리기 위해 어떤 시선과 화법을 견지했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풀벌레의 모양과 색깔을 자세히 관찰한 후 화보를 통해 그들의 동작이나 몸의 구도를 익혔다고 한다. 풀벌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야 그 벌레가 가진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기가 그렸다고 전해지는‘화조초어도’, 옛 화가들의 그림 교재가 됐던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소장 ‘개자원화보’, ‘초본화시보’가 전시돼 있어 선조들이 어떤 과정으로 풀벌레와 식물들의 세밀하를 그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은 곤충채집통에 여치나 베짱이, 귀뚜라미 등을 넣고 방에서 은은한 소리를 즐기기도 했는데 그 통을 일컫는 ‘금롱’의 모습도 전시돼 있다.

현대 작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눈길을 끈다.

▲ 혜진 작가와 협업한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특별전 전시작
▲ 혜진 작가와 협업한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특별전 전시작

고양이 민화 그림으로 유명한 혜진 작가의 ‘미물지생微物之生’을 포함한 다양한 풀벌레 그림은 전시의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속에 등장한 실제 작품과 귀여운 조각그림을 볼 수 있다. 고양이와 풀벌레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전통회화 속 작은 생명들의 가치를 현 시대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면서 예술적 경험도 확장할 수 있다.

▲ 혜진작가와 협업한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특별전 전시작
▲ 혜진작가와 협업한 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특별전 전시작

박물관이 브랜드 주제로 내세우고 있는 힐링과 치유, 슬로우 라이프의 가치와도 꼭 어울리는 기획전이다. 중앙홀의 미디어아트, 상설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창령사터 오백나한 전시실 등과 함께 감상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박물관 설 명절 이벤트 다채

박물관은 설 연휴기간인 오는 24일까지 본관 중앙홀에서 ‘행복이 깡충깡충 새해 소망 쓰기 체험 행사’를 연다. 박물관이 준비한 2023소망카드에 새해 소원을 적으면서

23일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소리로 아카펠라를 선보이는 그룹 ‘토리스’의 초청 공연 ‘부귀영화’가 열린다. 판소리와 민요, 정가 등의 국악성악 전공자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 아카펠라 단체다. 공연은 본관 중앙홀에서 오후 1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 2차례 볼 수 있다.

같은 날 낮에는 계묘년을 맞아 준비한 기념품 꾸러미인 ‘복주머니’ 나눔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설 당일인 22일은 휴관한다.

김여진 beatle@kado.net

정선 ‘여뀌와 개구리’, 김홍도, ‘협접도 부채’, 이경승 작 ‘호접도 10폭 병풍’, 심사정 작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남계우 작, ‘괴석과 벌레’, 신사임당 작, ‘초충도 10폭 병풍’ 사진제공=국립춘천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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