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현 전 춘천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
▲ 이세현 전 춘천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

곧 각 학교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이 입학하고 재학생은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된다. 옛 초등학교(국민학교)시절을 회상해 본다. 명찰을 달고 교정에서 조회를 선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의 호각 구령에 맞춰 일렬로 입실하면 하루 공부가 시작된다. 그때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며 학부모들이 극진히 대접하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가정방문도 있었다. 한 학급의 선생님은 당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가정형편 등을 돌아보며 학부모 면담의 기회로 삼았다. 지금도 생각난다. 내일 선생님이 가정방문 오신다고 말씀드리면 출타하지 못하고 기다리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는 볏짚으로 달걀집을 만드시고, 어머니는 큰알로 골라 계란 한꾸러미를 정성껏 담으셨다. 보릿고개 시절 계란은 고급 식품이었다. 집안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계란찜을 대접하곤 했다.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마치고 사립문을 나설 때 어머니는 무명보자기에 계란 한꾸러미를 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선생님은 괜찮다고 만류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들려 보내신다.

요즈음 젊은 친구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될지 모른다. 이런 옛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즈음 교권이 추락한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느껴서다. 지난 12월 경북 군위의 한 초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체육시간에 담임 여교사를 때려 물의를 빚었다. 아무리 교권이 무너졌다 해도 한숨지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많은 교권침해 사건이 있지만 생략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충·효·예가 실종되고 감사의 마음이 퇴색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자유와 방임을 나눈다는 것은 사치가 되었고 진영 논리에 함몰돼 국가 위계질서는 만신창이가 된 현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세상이 왜이래’하는 절규아닌 절규가 나올만 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가정과 교육과 나라는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병들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다. 사방을 둘러봐도 스승은 없는 세상이 됐다. 옛말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도 있다.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진보시켜 준다는 뜻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를 말한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의미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은 스승과 제자가 한 마음으로 학문을 배워나감을 말한다. 옛 성현들은 이와 같이 사제지간을 친숙함과 자애로움을 어우르는 관계로 여겨왔다. 그렇다면 현 시대에서 사제지간의 관계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모두에게 숙제로 남길 수 밖에 없다. 계묘년 새해 군사부일체와 충·효·예의 정신이 국민들 마음 속에 각인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하며 어린시절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며 따르던 정감어린 교권회복을 기대해본다. 이세현 전 춘천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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