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원에서 평화의 기도를 하는 일본인 잇코 스님과 그의 어머니 묘세이 스님.
▲ 철원에서 평화의 기도를 하는 일본인 잇코 스님과 그의 어머니 묘세이 스님.

강원도 최전방에 위치한 철원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10년째 기도하는 일본 스님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평화의 기도를 드리는 주인공은 ‘일본산 묘법사’의 잇코(一晃) 스님과 그의 어머니 묘세이(妙靜) 스님이다. 이들 모자 스님은 남북 분단의 상징적 건물인 노동당사를 비롯해 북한 땅이 보이는 소이산 등에서 10년째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다.

두 스님이 철원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 수행까지는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잇코 스님(54)은 지난 2008년 제13차 한·일 불교인 평화국토순례행사에 일본 묘법사 스님 5명과 함께 참가했었다. 이때 철원 평화전망대를 방문한 잇코 스님은 북녘 땅을 바라보다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했다. 일본에 돌아간 잇코 스님은 한국으로 가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2010년 6월 한국을 다시 방문해 인제에 소재하고 있는 DMZ평화생명동산에서 기도를 하다 지난 2013년 12월 철원 도피안사로 수행처를 옮겼다.

잇코 스님의 어머니 묘세이 스님(83)은 아버지(일본 교토대 공학부 졸업)가 근무하던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1941년 태어났다. 1945년 한국이 해방되면서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갈 때 엔지니어인 아버지는 북한 지역에 진주한 소련군에게 억류당했다. 이에 1947년 어머니와 일본으로 귀환하며서 아버지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해방 2년 후 일본의 가족들이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부친의 생존여부를 문의했으나 10년 뒤인 1957년이 돼서야 한국전쟁 때 숨졌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아들인 잇코 스님을 따라 2015년 5월 한국을 찾아 함께 기거하며 수행을 하고 있다.

두 스님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철원에서 전쟁으로 숨진 혼령들을 위로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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