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1300억원 인출 정황
증권법 위반으로 국내 처벌 가능성

▲ 일러스트/ 한규빛 기자
▲ 일러스트/ 한규빛 기자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공동창업자 권도형 대표가 312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1만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한 뒤 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작년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2만4천 달러 수준이다. 비트코인 1만 개는 2억4천만 달러(3120억원) 수준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또한 권 대표가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문제의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1300억원) 이상을 인출했다고도 밝혔다. 스위스 은행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연방법원에 고발했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도형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권 대표는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도형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권 대표는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권 대표는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등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권 대표는 UST가 미 달러화와 1대1 교환 비율을 유지한다고 광고했지만, SEC는 이를 거짓이라고 결론내렸다.

권 대표는 작년 말 세르비아로 체류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권도형이 미국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나와 같은 가상화폐도 증권으로 보고 권 대표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는 검찰 수사에도 힘이 실릴 수 있게 돼서다.

▲ 비트코인. 연합뉴스
▲ 비트코인.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번에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를 증권으로 봤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권 대표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선례가 없는 데다 법원 역시 이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터라 검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근거가 생겼고, 관련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기소로 권 대표 혐의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검찰로서는 권 대표를 국내로 조기 송환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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