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나면 수도권으로…원정진료 전국 2위 ‘ 인프라 부족 탓’
도내 원정진료자수 34만여명
진료비 유출·인구 이탈 악순환
의료환경 개선·인력 확보 시급

강원도내 의료기관이 존폐의 기로에서 놓이면서 강원도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군 단위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방 의료 인프라 부족이 결국 인구 이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홍천에 거주하는 최모(27)씨는 지난 2021년 급격히 몸이 안좋아져 지역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를 진행한 결과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하라는 소견서와 함께 춘천에 위치한 의료기관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최씨의 가족은 서울 병원행을 선택했다. 지역의 병원보다는 서울의 병원이 더 신뢰가 간다는 이유에서 였다. 최씨는 “아무래도 큰 병을 고치려면 의료 인프라가 확실한 수도권의 병원이 더 믿을만 하지 않겠냐는 가족들의 제안에 서울의 병원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인제에 거주하고 있는 정모(75)씨는 고혈압으로 인해 인제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해당 병원이 문을 닫아 약도 먹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원래 다니던 병원도 버스를 타고 30~40분 걸려서 도착했는데 개인차량도 없으니 난감하다”며 “일을 하다가 다쳐도 새벽이나 밤에는 병원을 갈 수 조차 없어 나이가 들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평창에 거주하고 있는 전모(30)씨는 최근 가족이 밤에 부상을 입어 피가 나는 일이 생겼다. 급하게 평창 내 병원을 알아봤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없었다. 결국 전씨는 1시간 가량 운전해 원주까지 가야 했다. 전씨는 “생명에 지장이 있는 부상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만약 정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면 당장 지역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도내 거주 입원환자의 14.6%가 서울에서 입원진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지방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강원도내 원정 진료자 수는 총 34만 3477명으로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총 6억3232만원으로 확인됐다. 이런 원정진료자는 2019년 36만8832명을 기록한 이후 2020년에는 32만7237명으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해인 2021년 다시 또 다시 증가, 2021년 기준 수도권 의료기관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도민들의 수가 전국 2위로 나타나는 등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병원 쏠림현상은 도내 의료 인프라 부족도 한 몫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춘천·원주·강릉을 제외한 지역은 인구 1000명당 의료인 수가 도내 평균(7.9)명보다 적어 특히 인제는 2.2명, 고성 2.3명, 양양 2.6명 등 인구 대비 의료인 수가 매우 적었다 또 특수의료장비 10종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지역은 춘천·원주·강릉에 불과, 화천과 고성의 경우 X-ray 장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강원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몰리는 의료 인프라로 인해 다소 낙후된 모든 지방의 의료기관들이 겪는 문제”라며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될 경우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는 일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정호·정민엽·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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