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경기도 편입론은 정부의 행정구역 정비 의지 때문에 더 탄력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철원은 생활권이 어떠냐를 놓고 따질 수만 없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먼저 거론하는 것이 순리다. 철원군은 과거 철원·김화·평강군 중 남쪽으로 편입된 땅들을 조합한 군(郡)이다. 성격상 '통일이 될 때까지'를 전제 한 한시적 행정구역인 셈이다. 주민이 원한다고 해서 덜컥 떼어 경기도에 갖다 붙일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바로 그 점이다. 이번 행정구역조정계획은 주민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불합리한 행정구역의 경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택지나 도로 등 지역 개발, 유수(流水) 변경 등 자연환경 변화로 경계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 후를 생각해야 하는 철원을 이 논의에 포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차제에 경기도로 편입됐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도 안 될 말이다.
 현실적으로도 철원의 경기도 편입은 불가능하다. 철원군의 북쪽 경계는 휴전선이지만, 동쪽 경계는 양구군이다. 비록 행정권이 미치지 못하는 민통선 북방지역 또는 비무장지대이긴 하지만 구 김화군 원동면이 화천군계 북쪽을 지나고 북한강을 건너 양구군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기까지 경기도가 된다면 도대체 이런 기형의 행정구역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니까,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국토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화천군과 양구군에 편입시키면 될 테지만, 그 경우 과연 그런 대폭적인 행정구역 조정을 해가면서까지 철원을 경기도에 편입시켜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6·25 전쟁이후 철원평야를 남쪽으로 넘겨준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도 배 아파한다는 얘기는 철원 어디서나 듣는 얘기다. 그 곡창이 경기도로 가겠다는 얘기가 나온 지가 벌써 언제인데, 도, 도민이 아직도 별로 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사법, 세무, 법무, 노무는 말할 것 없고, 경제권 심지어 군대의 상급부대까지 모두 경기도권에 가있는 실정이고 보면 철원은 껍데기만 강원도나 다름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철원의 작은 집 취급을 받던 경기도 이웃 군들이 시로 승격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도 뻔하다. 철원군번영회가 잠시 잠잠하던 경기도 편입론을 공론화 한데는 과연 도, 도민이 이 '강원도 변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그 섭섭함, 패배감 같은 것도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철원은 경기도가 되고 싶다'는 소리는 결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것이 아닌 것이다. 철원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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