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는 지방자치의 한 요소이고 과정일 뿐 지방자치 그 자체는 아니다. 지방자치=지방선거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일년 이상 앞두고 벌써부터 입지자들이 보이지 않는 물밑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이런 말 저런 말을 퍼뜨리거나 출마예상 상대방을 직접 간접적으로 헐뜯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출마 예상자들이 각종 모임을 주선해 얼굴 내밀고 연설을 하거나 간담회 형태의 다과회 오찬모임 만찬모임을 만들어 자신의 출마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한다. 이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이미 선거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재출마 의사를 굳힌 현직 단체장들과 단체장 출마 의사를 지닌 지방의원들간의 알력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내에서 기초단체장 재출마 의사를 굳힌 시장 군수들이 13~1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도전해 전 현직 시군의회 의장 부의장 또는 의원이 단체장 출마를 준비중인 지역도 9군데나 되고 일부 도의원들도 단체장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 지방선거가 유달리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 같다. 더욱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관련 조기 지방선거가 거론되고 있어 올 한해 지방선거를 둘러싼 잡음과 시비가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이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쓰며 인적 조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점검하는 등의 일은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일상사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내년 선거를 의식한 힘겨루기 양상이다. 단체장은 임기중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고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등 내년 선거에 대비하느라 상당부분의 행정력을 동원하고 지방의원들은 이를 견제하느라 단체장 관련 예산 삭감, 단체장의 업적 깎아내리기, 지역 및 주민의 대표성 논란, 지역현안에 대한 이견 제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장들이 지역발전과 주민 복지를 위한 자치행정을 소신껏 펼칠 수 있는 기간은 취임후 길어야 2,3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1,2년은 재출마를 위한 준비와 상대 예상후보와의 기싸움에 나서야 한다. 선거가 곧 지방자치요 선거의 승패가 자치행정의 성패로 여겨지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지방자치 풍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전초전이 길고 치열할수록 자치행정이 왜곡되고 그 피해를 지역주민이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지선 입지자들의 자제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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