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시대 자치단체의 행정 처분에 대해 주민의 행정심판 청구 사례가 폭증하고, 거기다가 행정심판에서 피청구 측인 행정이 패소하는 경우가 관선 시대에 비해 6 배나 증가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연구자의 조사 연구 논문에서 드러난 이와 같은 현상에 우리들이 특별히 관심 갖는 까닭은 지금 여러 곳에서, 특히 중앙 행정과 정치권에서 본격적 지자제 시행 6년차에 지자제가 드러내는 한계점을 극복·보완한다며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을 임명제로 하자는 등의 지자제법 개정 문제를 들고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근린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등 보다 발전된 민주주의로 향해 한 걸음 더 진보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여 주민의 삶의 질은 한 차원 높인다는 고양된 인간 정신을 실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현실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법 개정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일부 지자체장들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 경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경제 효율을 꼼꼼히 따진 뒤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자신의 업적 쌓기나 전시·홍보 차원에서 예산을 펑펑 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것도 문제였는데 이번엔 시·군에서 결정한 행정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며 민원인의 주장을 수용한 인용결재의 비율이 17.7%에서 42.3%로 증가하였다면, 이는 지자체장의 무소신 행정이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드러내는 명백한 징표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로 법리에 오해를 불러서, 단체장이 재량권을 남용하여, 거기다가 권익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구제 욕구가 증가된 현실 등등의 요인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이니 정말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

우선 지자체장들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이 정신차려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칠 의지를 굳혀야 행정 일선의 공직자들이 무사안일과 타성을 벗고 합리적이고도 합법적인 소신 행정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위가 맑아야 아래가 투명해질 것이고, 그래야 행정심판 청구가 줄어들 수 있다. 지자제 본질을 지자체 스스로가 훼손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사안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 졸속적으로 처리하거나, 거기다가 행정이 궤변 구태의연함 무관심 무책임 비효율 비생산성 눈가림 직무유기 등의 소리를 들을 만한 행정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공분(公憤)적 행정심판 청구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국자의 성찰을 촉구하며 부끄럽기 이를 데 없는 이런 무소신 민선 행정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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