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반도의 경원선에 크게 관심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앞세워 유라시아 물류망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심사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러시아의 의도에 공감해 러시아로 하여금 평양에 철도대표부를 설치하여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철도 연계를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도록 허락한 것 역시 2005년께부터 발생될 것이 예상되는 연간 1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통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경원선∼시베리아철도 노선 말고도 대륙과 연결되는 경의선∼중국횡단철도(TCR)·만주횡단철도(TMR)·몽골횡단철도(TMGR) 노선이 있어서 러시아만큼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아, 이 문제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로 추이를 지켜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경원선 복원 및 북한철도와의 연결, 그리고 러시아 TSR과의 연계 문제에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우리 말고도 중국과 홍콩이 한국을 배제하고 극동지방의 물류망을 선점할 수 있는 철도 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따라서 중국이나 홍콩과의 경쟁 없이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통로로 오직 경원선∼시베리아횡단철도 노선뿐임에 착안해야 한다.

엊그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러 운송 부문 관계 발전을 위한 설명회'에서 이런 사정이 드러나 강원도로서는 다시 한번 경원선 복원의 당위성과 시급함을 깨닫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정부가 경원선에 더욱 깊은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임을 강조하게 된다. 최근 강원도는 철원이 한반도의 물류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용역 결과를 중앙 정부에 전달하는 계획을 밝혔다.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경원선 복원뿐 아니라 평화플라자 건설, 중앙고속도 철원 연장등은 이제 단순한 한 지역의 기대가 아니라 앞날을 내다 본 동북아 물류 거점 확보라는 보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다.

거칠게 표현해 마침 중국에게 물류 통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이 단 러시아와 북한의 적극적 접근을 십분 활용하여 이 때에 유리한 입지에서 경원선 복원 사업을 현실화하고 철원의 경제적 측면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철원은 한반도 전체를 연결하는 'X축'의 중심이요, 한반도 '물류의 통로'다. '물류 혁명 없이 국가 경제 발전 없다'는 사실은 정론이다. 철원이 발전돼야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강원도의 '철원 구상'에 정부의 긍정적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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