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떠맡게 된 현대아산은 '대북 관광대가 인하, 육로관광 실현, 금강산·개성 경제특구 지정' 등의 현안이 실현돼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금강산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현대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지만 듣기에 따라 금강산 사업을 볼모로 흥정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찜찜하다. 당장 느껴지는 것은 그 현안이란 게 한 가지도 해결하기 만만치 않을 만큼 북한 내부 문제에 걸려 있는 것인데도 남북 당국에 대한 비장의 압력카드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관광 대북지불금은 50%로 낮췄으나 북측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것은 아니고, 육로관광도 실현되기까지는 DMZ를 통과하는 도로개설이란 예민한 부분이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경제특구 지정도 북한이 법률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대 퍼주기'같은 정부특혜 의혹에 대한 대국민 호소용 카드로도 비쳐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강산 해상호텔 카지노 허가를 반대하는 강원도민들의 격렬한 반대 등 금강산 관광사업의 반작용 여론을 잠재우려는 간접압력으로도 보일 수 있다.

그동안 그룹내부의 사정이나 수익기반이 전혀 없다시피 해진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적자사업을 짊어지게 된 점을 감안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하물며 이런 극단의 처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처음부터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한 수익성을 부르짖으며 시작한 것이 아니며, 만일 수익성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그토록 국민적 성원을 받아가며 성사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구나 아직도 '왕 회장'이 생존해 이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면, "돈이 안돼 손을 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는지도 곰곰이 생각하기 바란다.

현대가 금강산 사업에서 실패하고 돌아서면, 그건 대북민간경협의 파탄 1호로 기록될 것이며 향후 대북교류도 크게 위축 받게될 게 뻔하다. 강원도 입장에서는 그동안 벌여 논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물론이고, 금강산관광의 배후기지로서 기대를 하고 있던 민간경제가 역시 크게 위축된다는 것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현대가 조건부로 내세운 대북 3대 현안을 마다할 사람은 없으며, 특히 '육로관광'은 현대 뿐 아니라 강원도의 현안이다. 현대는 이런 걸 듣고 국민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 아니라,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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