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후계자 전국대회가 어제 속초에서 개막됐다. 무려 1만 명의 후계자와 그 가족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21세기 청색혁명을 후계자의 힘으로'란 그 기치부터 신선할 뿐 아니라, 한국 수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들이 모여 '바다 혁명'을 부르짖는 자리여서 더욱 미덥다. 그러나 지금 어민들 입에서 "고기가 안 잡혀도 너무 안 잡힌다"는 소리가 높고, 주변 수산환경도 썩 좋은 것이 아니어서 이 대회 한 구석에 도사린 보이지 않는 그늘도 함께 읽게 하고 있다. 그 보이지 않는 그늘이 어제 개막식과 함께 열린 '남북수산 교류와 21세기 청색혁명 실현'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도 나타났다. 그동안 떠들썩하게 전개되던 남북수산교류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거나, 포기해야 할 사업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일, 한·중 어업협정이 체결된 이후 어민들이 배를 끌고 나갈 바다가 좁아져 남북한 수산분야 협력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1월엔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북측이 지난해 원산 북동쪽 어장을 우리측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때 어민들이 크게 고무됐던 것도 바로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장사정은 그런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민간차원의 수산협력사업이 대부분 답보상태이거나 정부의 승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업인들이 체험하고 있는 대북수산협력사업은 시계 제로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주변국과의 어업협정으로 어장은 좁아질 대로 좁아졌고, 대화퇴 어장마저 출어가 어려울 만큼 원양어업엔 기술 장비가 턱없이 열악한 것이 우리 어업의 현주소이고 보면 '남북한 수산분야 협력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대안은 아직도 유효하며, 사실 그 길 밖에 뾰족한 수가 나서지 않는다.

북한의 자원남획이 심각한데 80년대 초반 170만t을 웃돌던 수산물 생산량이 90년대 후반에는 60만t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북한 어업관리체제에 대한 사전검토와 사업타당성 평가를 통해 남한이 기술 협력과 시설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위험도를 줄이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북한은 수산물양육시설, 가공. 포장기술이 부족해 그나마 잡고 있는 어획물들이 국제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딱한 사정에 처해 있고, 최근 국제 어업정세의 판도 변화에 남한만큼 북한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다면 이에 대한 남북공동대응과 상호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불가피해졌다. 어업인 후계자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수산협력분야만이라도 한국 수산업 장래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를 갖고 돌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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