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부산시를 방문하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은 "중앙 권한의 지방이양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이양 일괄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만큼 우리나라 수도권의 비대화 과밀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상대적으로 지방의 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가는 시점이라 이장관이 밝힌 '지방이양 일괄법'제정 방침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장관의 말대로 중앙과 지방이 함께 경쟁력을 키우고 행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이양을 법제화하고 시행에 옮기는 일은 대단히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장관은 지방이양 일괄법에 의해 지방이양이 마무리되는 2003년에는 지방자치 사무의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중앙정부 위임사무 수행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특히 재정의 중앙 의존도가 높아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30% 선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이 재정을 포함한 포괄적 행정권의 이양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60년대 이후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고 대도시의 인구분산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왔지만 그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 비대 현상이 가속화되어 남한 전체면적의 11.2%에 불과한 수도권지역에 전국 인구의 45.9%가 집중되어 있다. 전체 취업자의 46%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은행 에금의 68%, 대출의 62%가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 지방경제 지방문화 지방교육의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지방자치행정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도권 중심의 서울공화국이 형성되고 지방은 땅덩어리만 덩그렇게 남는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부가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지방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한다는 것은 지방사무의 비중을 높인다는 뜻이다. 지방사무의 비중을 높이는만큼 중앙이 틀어쥐고 있는 행정권과 함께 재정권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지 않는 한 지방이양 일괄법은 형식적 공염불이 될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도로의 관리 유지를 주로 지방이 담당하면서 각종 교통범칙금이 전액 국고로 들어가는 현행 제도라든지 양여금이나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일정비율의 자체재원(매칭펀드)을 요구하는 재정지원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국세 위주의 조세체제도 전면 개편해 지방세원을 늘려주는 등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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