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도의회 제89회 임시회 폐회 날, 당시 한 도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내가 군수병(病

)에 걸려 아내를 죽음의 위기로까지 내몰았다"며 군수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사건은 메마른 정치과잉의 사회에 신선한 감동으로 파장을 일으켰었다. 그 도의원의 출신지인 양양의 오인택(吳仁澤)군수가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내년 군수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그가 도내 현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불출마 공개선언의 첫 번째 인물이라는 데서가 아니다. 분명히 그의 용단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각종 행사장은 물론 주민의 대소사까지 기웃거리며 자리 굳히기에 여념이 없는 재선, 3선 도전자들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할 것이라든가, 이미 혼탁 그 이상의 구렁으로 빠져들 조짐인 이번 선거판에 한번쯤은 입지자들 자신의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는 청량제가 될 것이란 점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그는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군정발전의 기초를 닦아놓은 만큼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라든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군민들이 나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허심탄회하게 출마포기의 소회를 꺼내 놨으며, 남은 임기를 어떻게 수행하겠는지 그 각오도 내놓았다. 내년 선거에서 초대 민선군수, 재선군수로서의 공과에 대한 군민 심판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진 것이다. 3선 도전 포기가 '당선 불가능 예상' 등의 선거기피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상, 그는 물러서지만 사실은 정치적 승리의 업적 하나를 얻게 됐다. 바로 이 평범한 진리를 내년 선거에 재도전 또는 재재도전하는 시장·군수들이 한번쯤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력에 맛을 드리면, 그 자리에 집착하는 것은 비단 중앙정치의 폐단만은 아니다. 민선 출범이래 '아직도 그 사람...' 소리를 들을 시장·군수가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선거를 통해 민의(民意)의 심판을 받아 자리에 오르는 것을 탓할 것은 못된다. 그러나 초대 당선 그 날부터 재선을 준비하고, 재선 그날부터 3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부작용과 교묘한 민주주의 반칙을 보아왔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시군민이 없지 않다. 더구나 차기부터 '3선 금지'가 기정 사실화돼 가자, '마지막 3선' '마지막 재선'을 외치며 표를 찾아 나선 일부 현역들의 모습이 노욕(老慾)같아보여 안타깝다. "후진에게 물려줄 차례"라며 자신은 3선 대신 명예를 택한 오군수의 선택은 이 때문에 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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