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째 흔들리던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마침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의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안'을 그대로 수용,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서면 상정함으로써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지역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안은 한마디로 수도권에 인접한 비수도권의 입지를 조이면서 수도권 비대 과밀화를 촉진하는 내용이어서 지금까지 정부가 말로만 추진해오던 '수도권 억제,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정책의 허구성을 스스로 드러내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안이 정부 방침대로 수도권정비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행되면 수도권 내 산업단지 등 계획입지와 가설 건축물이 총량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배정한 45만평에 이어 89만평의 개별입지가 허용된다. 수도권공장 총량제가 이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균형발전 3개년 계획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기획단까지 구성해 대기업의 지방이전을 유도하는 등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는 것은 국가 기본정책이 혼선을 겪으며 변질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비수도권지역의 공동화를 부채질하는 수도권정책을 마련하면서 이해 당사자인 비수도권지역의 참여를 봉쇄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수도권지역의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해당지역 자치단체 의견을 들었지만 이들의 주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정안건을 제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정책을 결정하면서 당사자 참여를 막은 것은 처음부터 수도권지역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의지가 있었음을 보여준 일로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과 대학을 지방에 분산시켜 수도권의 비대 과밀화 현상을 억제하고 지방 산업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어왔다. 그러나 그런 정부의 주장과 정책이 현실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원칙으로만 남고 실제로는 정반대로 변질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체 인구의 46%를 차지하는 수도권지역의 물리적 힘에 편승한 정부 정책이 지방의 무력감과 소외감을 더욱 짙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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