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지속 '유입'
자연정화 기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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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3월 경포호수에서 한 주민이 집단으로 페사된 숭어를 건져내고 있다. 본보 DB
 석호는 수 천년 전에 형성된 자연 호수로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적, 관광적 가치를 모두 지닌 자연 유산이다.
 호수면적 0.896㎢, 저수용량 86만160㎥, 평균수심 0.96m의 강릉 '경포호'.
 경포호는 주변에 문화유적지들이 많은 데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 오는 곳으로 경포호의 훼손은 곧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잃어 버리는 셈이다.
 경포호는 경포대를 중심으로 경호정, 금란정, 방해정 등 10개의 누정과 함께 객사문(국보 제51호), 당간지주(보물 제82호), 문묘 대성전(보물 제214호), 선교장(중요민속자료 제5호), 오죽헌(보물 제165호) 등 주변에 주요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강릉시가 강원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용역을 의뢰해 조사(2005년 5월∼10월)한 결과, 경포호에는 망둥어과, 잉어과, 큰가시고기과, 청어과, 메기과, 뱀장어과 등 모두 18과 26종 3만2797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식물도 324종이 출현하고 있으며, 철새도래지의 특성을 보여주듯 경포호와 주변에서 관찰된 조류 역시 겨울·여름철새, 텃새, 나그네새 등 16목 39과 156종이 관찰돼 생태·환경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포호 관광권은 지난 1995년 강릉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4%에서 2000년 81.4%, 2005년 64.2%로 급감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강릉관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제·관광적 가치 역시 뛰어난 곳임이 분명하다.

인근 축산시설·상가 폐수 수질악화 주범
호수 주변 습지 조성 등 인위적 정화 시급


■ 수질

 경포호의 수질은 강릉시의 경포호 오염하천 정화사업, 갈대제거 작업, 수질 정화습지 조성 등의 노력으로 일부 항목에서는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등급에 머물러 있다.
 강릉시가 매월 경포호 3개 지점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6년(채수지점 홍장암) 연평균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4.2㎎/ℓ로 호소 수질기준 3등급(4초과 5이하)에 속했다.
▶표 참조
 총질소(T-N)는 0.878㎎/ℓ로 4등급(0.6초과∼1.0이하)에, 총인(T-P) 역시 0.047㎎/ℓ로 3등급(0.03초과 0.05이하)으로 낮았다.
 경포호의 수질 중 일부 항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경포호의 수질을 항목별로 분석해 보면, COD의 경우 지난 2000년 12.7㎎/ℓ, 2001년 14.5㎎/ℓ, 2002년 11.6㎎/ℓ로 모두 10㎎/ℓ를 초과해 6등급으로 최악의 수질을 보이다 2005년 6.1㎎/ℓ, 2006년에는 4.2㎎/ℓ로 개선됐다. T-N은 2000년 2.216㎎/ℓ(6등급)에서 2005년 0.784㎎/ℓ(4등급)로 나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T-P 역시 2000년 0.187㎎/ℓ(6등급)이던 것이 2005년 0.112㎎/ℓ(5등급)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유물질량(탁도·SS)은 7년 모두 호수 수질기준 4등급(15㎎/ℓ이하)을 훨씬 웃돌았으며, 총대장균도 3등급(5000마리 이하)을 넘나드는 등 수질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물고기 집단폐사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수온 역시 경포호는 지난 7년 동안 최저 14도에서 최고 19.2도까지 올라가는 등 심한 편차를 보였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허우명 교수(환경방재공학과)는 "경포호의 수질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바닥이 심한 뻘 층으로 변한 데다 자연정화 기능을 되찾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호수 주변에 습지를 조성하고, 진공미세 기포 시스템과 어류산란장 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 경포호 연평균 수질
채수지점:홍장암

연도

pH

COD

SS

T-N

T-P

DO

대장균

염분도

수온

2006

8.0

4.2

26.5

0.878

0.047

10.4

24.5

15.7

2005

8.2

6.1

56.8

0.784

0.112

10.8

835

24.0

15.0

2004

8.2

10.8

58.2

1.035

0.091

11.0

1357

19.4

14.0

2003

8.1

4.8

16.3

1.239

0.045

10.2

1758

15.7

2002

8.5

11.6

28.2

1.730

0.178

8.9

8561

16.0

19.2

2001

8.7

14.5

35.8

2.318

0.182

11.1

5798

18.7

2000

8.9

12.7

22.8

2.216

0.187

8.9

2208

17.1


*공란은 조사 미실시 *자료출처=강릉시

■ 끊이지 않는 '적신호'

 경포호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오염, 용존산소 부족, 불안정한 수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끊임없이 집단폐사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경포호 주변은 물론 호수 중앙까지 폐사한 숭어 수 천마리가 떠올랐다.
 당시 폐사한 물고기의 양이 많아 미처 수거되지 못해 호수 주변에서 썩어 심한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또 2004년 6월에도 망둥어, 전어, 가물치, 가자미, 갯지렁이, 새우 등 경포호에 살고 있던 생물체 수 천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지난 2001년 7월에도 전어 등 바닷물고기 수 천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는 등 경포호의 물고기 집단폐사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경포천 상류 오염 부채질

 경포호는 인근에 각종 음식점과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 있는 데다 호내로 유입되는 경포천 상류지역도 이미 택지로 개발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오염원의 유입을 막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경포호 유역에는 소 326마리, 말 10마리, 돼지 200마리, 닭 1만300마리 등 축산시설이 들어 서 있고, 밭 14.3㎢, 논 11.78㎢ 등 농경지도 많아 비가 오면 빗물을 통해 축산 오염물질과 농약성분이 그대로 경포호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
 관광지로 개발이 되면서 음식점 93개소, 세차장 등 운수관련 시설 5개소, 대학교 실험실 1개소 등 폐수와 오염물질 배출 시설도 경포호의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대표 원인들이다.
 특히 경포호로 유입되는 유일한 하천인 경포천은 상류부터 오염이 심각한 실정이다.
 경포천 상류는 교동택지 조성으로 복개된 상태로 택지에서 흘러나오는 하천수는 심한 악취는 물론이고, 하천 바닥도 시꺼멓게 오염된 상황이다.
 여기에 비가 오면 택지에서 흘러내린 각종 오염물질들이 그대로 경포천을 따라 경포호까지 유입돼 수질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포천과 장현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나는 방축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하천 바닥이 검은 개펄상태로 변해 악취까지 진동하는 실정이다. 방축교의 물은 경포호로 유입된다.
 이처럼 경포호의 현실은 오염물질 유입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자연정화 기능은 이미 상실된 상태다.
 통상 석호는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부분에서 해수와 담수가 소통하는 소위 '개터짐' 현상을 통해 자연정화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경포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경포호의 물은 강문항으로 연결되지만, 경포호에서 강문 해안까지는 길이 500m, 폭 40m의 'ㄱ'자 형태의 수로로 돼 있어 다른 석호와 달리 인위적인 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결국 경포호는 오염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자연정화의 기능은 상실돼 인위적으로 정화기능을 만들어 주지 않는 한 죽음의 호수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청정환경강릉연대 박태성 회장은 "경포호는 갈수기가 되면 심한 악취와 함께 염분이 높아져 토속 어종은 살 수가 없는 호수다"며 "수생식물도 없어 철새들도 이젠 찾지 않는 호수로 오염된 만큼 다른 하천의 깨끗한 물을 유입시켜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서표 mindeul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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