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강원도와 경상도 동해안이 드디어 소통의 길을 튼단다.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현장에서 첫삽을 뜬 포항∼삼척 간 철도건설사업은 강원도와 경상도에 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2014년까지 모두 2조9495억원을 투입해 포항∼삼척시를 잇는 총 165.8㎞ 구간에 단선 철도를 건설할 예정이다.

삼척∼포항 400리, 눈시린 쪽빛 해안선에는 주변 절경과 어울리는 19개 역(驛)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그 역에서 쓰여질 수많은 추억과 사랑이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돌이켜보면 강원도와 경상도 동해안은 경계를 맞댄 이웃임에도 그동안 단절된 지역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연결 교통로는 구절양장 2차선 한 곳뿐이다. 삼척∼포항 동해안 종단 국조 7호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삼척시 근덕면과 원덕읍을 비롯 경북 울진·영덕 등지의 많은 바닷가 마을은 아직도 2차선 외통수 길 뿐이다. 컨테이너 화물차량은 언감생심 지나갈 엄두도 못내고, 여름 피서철 길이 막혀도 돌아갈 우회로조차 없으니 어쩌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경상도로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고행길 각오에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KTX 고속철도가 21세기 문명의 질주를 뽐내고, 지능형 고속도로가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시대에 아직도 서행·지체가 반복되는 2차선 도로에 의지하고 있으니 어찌 ‘단절’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통로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강원도 동해안은 경상도 ‘고객’들을 아예 잊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대구에서 강릉이나 속초로 여행하려해도 내륙 고속도로로 우회해 강원도로 진입하는 것이 오히려 빠르니 여름 피서철 도내 해수욕장에서 부산이나 대구 등 경상권 차량들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경상권 인구는 부산·대구광역시와 경남·북을 합해 1200만명에 달한다. 수도 서울을 능가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강원도 관광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하루를 길에서 허비하기 일쑤인 여행길을 누가 기꺼워 하겠는가. 교류가 없는 곳에 발전이 있을 수 없다. 2차선 외통수 도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삼척∼경북 울진·영덕 지구와 인근의 태백∼경북 봉화·영양 등지는 지금 인구감소 등 각종 어려움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몇년 전 도내 삼척과 경북 영덕 등지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지역내에서 심각한 갈등상황을 경험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교통로 불비에 의한 지역 낙후와 무관치 않다. 오죽 위기감을 느꼈으면 다들 싫다고 꺼리는 방폐장을 유치,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었겠는가.

동해안을 말할 때 언필칭 따라붙는 것이 ‘환동해권 시대 중심지’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이 ‘무도즉안전(無道則安全·길이 없으면 안전하다)’를 논하며 외침에 대비해 아예 길을 만드는 것을 꺼렸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대도 아닌데, 2차선 외길을 타고 중심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또 있을까.

삼척∼포항 철도 건설 착공은 북한 동해안 철로를 타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연결돼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하는 전주곡이다.

이참에 아예 강릉∼고성 저진 110㎞ 동해북부선 철로까지 동시에 착공, 동해안 종단 철로를 완성한다면 금상첨화 포석이 될텐데 오늘은 그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그 옛날(1580년) 관동의 팔경을 노래했던 관찰사 정철(鄭澈) 선생이 오늘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면 “어찌 이리도 변화가 더디고,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냐”고 호통을 칠지도 모를 동해안. 이제야 시작된 철로 역사(役事)가 앞으로 강릉∼고성을 잇는 동해선 전구간으로 하루속히 완성돼 열차 여행객들이 제2, 제3의 신(新)관동별곡을 쓰는 날을 간절히 그려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