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림자

길게 드리운

금강산 가는 길목 들어서면

수려한 경관에 매료되어

갈 길을 잃는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잠에서 깨어 새벽이 열려

여명(黎明)이 밝아 올 때

수평선 너머에서

장엄하게 떠 오르는

태양이

저토록 아름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바람결에 사뿐히 걸어와

살갑게 스며든 금강산 공기가

이토록 상큼한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변화의 물결 헤치고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님들이 걸어오신

발자국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



숨 막힐듯 암울했던

지난 날 아픔을

아픔이라 말하지 못한

얽히고 설킨 어두운 그림자들

흘러가는 강물속에 띄워 버리고

이제는 햇빛 찬란한

내일로 나가자



통일로 이어지는

명사십리 가는 길목마다

빨간 입술 내민 해당화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미소짓는 다소곳한 자태가

으뜸 고성을 말해 주고 있구나



산, 바다, 호수가 어울려

관동팔경이

어깨 걸쳐 늘어서

언제나 동트는 새 아침이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히

기다리고 있는 풍광이

아름다운 금강산 가는 그 곳에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네

최인철·한국경우문예회 강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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