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을 '젊음의 아이콘'으로] 1. 침체에 빠진 강촌
연간 100만 관광객 찾던 호시절 빛바랜 사진처럼…

   
‘젊음의 해방구’로 일컬어지는 강촌은 한때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강촌은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주목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추억과 낭만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강촌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 젊은이들에게 강원도가 아닌 서울 근교의 대표적 여행지로 인식됐다. 강촌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깨끗한 계곡과 강, 서둘지 않아도 2∼3시간 안팎이면 완주할 수 있는 다양한 산행코스, 깊은 계곡과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등을 고루 갖춘 흔치 않은 곳으로 젊은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강촌은 언제부턴가 자연경관 훼손과 관광여건의 변화에 따른 대응력 부족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각종 난개발로 자연 훼손

시설 열악해 젊은층 외면

지역 발전 장기계획 수립

주민 주체의식·협조 필요



현재 강촌은 도시계획에 의해 개발된 관광지가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각종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됐다.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도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매년 봄과 가을이면 예약조차 어려웠던 민박집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가깝고 저렴한 가격보다 안락한 시설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의 M·T장소 선정 기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끼리끼리 문화의 영향으로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움직이는 추세도 강촌의 숙박문화를 변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강촌의 민박집들은 MT보다는 주말에 강촌을 찾는 젊은 연인들을 맞기 위한 △민텔(민박형 모텔) △펜텔(펜션형 모텔) △펜션텔로 서서히 형태가 바뀌고 있다.

침체기에 빠진 강촌의 모습을 반영하듯 최근 5년 동안 강촌역의 승차 인원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4년 34만5900여명에서 △2005년 25만9200여명 △2006년 22만4400여명 △2007년에는 22만2400여명으로 내리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승차 인원은 22만9800여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하락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4년 사이 무려 12만명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반전시킬 만한 마땅한 대안은 없어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강촌 토박이인 정재억(55)씨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강촌역을 찾는 기차승객이 가평역의 두배였는데 지금은 남이섬의 영향 탓에 상황이 역전됐다”며 “지역주민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심체 역할을 하는 단체가 없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강촌은 최근 들어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충하고, 강촌역 주변에서 마임공연을 여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강촌을 구성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관광 전문가들은 “강촌은 물안개 등 강마을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와 생활용수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며 “갈대 숲 복원을 토대로 한 수변공간의 재정비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강촌이 젊은이들을 위하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 경관과 교통환경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강촌역에서 내려 강촌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짓다만 콘도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구곡폭포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전거도로 확장을 위한 공사과정에서 임야를 과도하게 깎아내 관광객들로부터 오히려 자연경관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강촌지역 사발이 사고가 빈발한 가운데 한 이용객이 도로 위를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본사 DB


교통문제 해결도 필수다. 아직까지 강촌지역 관통도로는 2차선에 불과해 주말이나 성수기 때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한 때 100만 이상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의 대규모 관광지였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강촌에는 ‘보고, 느끼고, 즐길’ 관광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강촌을 노래한 비석이 강촌을 알리는 유일한 상징물이다. 관광객을 위한 변변한 안내시설조차 없다. 강촌이 관광 전문가들로부터 “사발이나 자전거타기 외에는 놀거리가 없고, 자전거도로도 협소해 사고 위험마저 높다”며 “강촌은 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는 원인이다.

물론, 강촌의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춘천시는 이미 지난 2002년에 강촌을 복합유원지로 개발하기 위한 종합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각종 사업을 구상했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강촌의 주민 구성비율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강촌은 원주민과 외지인의 비율이 6대 4정도로 타 지역 관광지보다 외지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지인들의 경우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이 원주민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지역을 단지 돈버는 장소로만 인식하고, 지역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대성리의 경우 1980년대 초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오르자 외지인이 대규모로 몰려와 지역 땅의 93%를 잠식했다. 대성리 역시 현재 강촌과 마찬가지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대성리의 상황은 강촌보다 심각해 현재 원주민과 외지인의 비율이 2대 8정도로 기울었다.

원주민들의 안일한 낙관주의와 지역에 대한 방관도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자기 땅이나 이권이 걸리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나, 남들이 하는 것을 방치하는 태도 등이 만연하면서 원주민들 역시 스스로 지역 발전방향을 제시하려는 주체 의식이 서서히 결여되고 있다. 개발여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그린벨트의 개발규제에 묶여 30년 이상 개발되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강원대 이승구 교수는 “강촌은 심하게 말하면 닭갈비집과 삼겹살집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난개발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상태로라면 젊음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던 강촌이 젊은이들의 욕구 해소를 위한 일회성 탈출구나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진종인·정동원

   



▶강촌의 현황과 역사

1970년대까지 전형적 농촌마을

다리 연결 후 ‘젊음의 장소’ 각광


강촌이 속한 춘천시 남산면의 면적은 124.18㎢로, 행정구역은 강촌, 광판, 창촌, 수동, 서천, 백양, 방하, 통곡, 행촌 등 10개 법정리(20개 행정리)와 67반으로 이뤄져있다. 주민 수는 3965명(남 2059명·여 1906명)으로 1778세대가 살고 있다. 현재 강촌지역은 △강촌천변에 자리한 기존 마을과 강촌역을 중심으로 한 강촌지구 △검봉산 자락에 위치한 문배마을 지구 △구곡폭포와 오천 주변 마을을 근간으로 한 구곡폭포 지구 등 3개 지구로 나눌 수 있다.

1970년대까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던 강촌이 젊음의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강촌역과 경춘국도를 연결하는 현수교 ‘서스펜션 브리지(suspension bridge)’가 건설되면서부터다. 일명 ‘출렁다리’로 널리 알려진 서스펜션 브리지는 1973년 당시 대림산업이 국내 최초로 건설한 첨단교각으로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출렁다리로 인해 수도권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었던 강촌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도내 영서지역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고, 강촌역을 적자운영을 면치 못했던 경춘선에서의 유일한 효자역(孝子驛)으로 부각시켰다. 주말이면 출렁다리는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경춘선은 넘치는 승객들로 입석표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강촌을 젊음의 장소로 변모시킨 출렁다리는 강촌에 버스와 트럭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안전을 이유로 4분의 1t 미만 차량만 다니도록 설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손님과 짐을 실은 버스와 트럭의 통행을 묵인하다 바위산에 박아놓은 지지선에 균열이 가는 중대한 하자가 발생, 개설 10년만인 1983년 결국 철거됐다. 강촌을 국민관광지로 만들었던 출렁다리는 이젠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확인 가능하다.


   

▶강촌 관광객 급감

해마다 감소… 작년 46만명 방문

인근 남이섬 등 급증세와 대조적


한때 연간 관광객 100만명을 넘겼던 강촌은 지난해 관광객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46만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춘천을 방문한 관광객수는 내국인 560만2352명, 외국인 20만6244명 등 모두 580만8596명.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에 비해 2.1%(11만5497명)가 늘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한류관광 붐이 수그러들면서 12.3%(2만8903명)가 감소했다. 한류열풍이 불던 2005년 39만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관광지별로보면 남이섬이 180만여명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강촌리조트(95만여명), 소양댐(57만여명)순이었다. 한때 춘천지역 관광지 가운데 가장 많이 찾았던 강촌은 46만여명으로 4위로 밀려났다.

2003년에 94만명이었던 강촌지역의 관광객은 △2004년 82만명 △2005년과 2006년 74만명 △2007년 50만명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엘리시안 강촌리조트의 경우 △2003년 34만명 △2005년 77만명 △2007년 99만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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