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민살이로
저녁노을이 되었습니다
물레방아 추억은
아롱아롱 아지랑이 되었고
땀 흘린 타향이 고향 되었습니다
낮을 밤으로 새벽으로 이어오면서
외로워도 그리워도
눈물은 사치스러워
힘들고 몸 아파도 눕지 못하고
땅만 보고 걸어 온 개척자의 길
이제, 숨 고르고
70년 인생길 뒤돌아봅니다
가깝던 사람들
이렇게 저렇게 멀어지고
손에 가진 것,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주름진 얼굴만
껍데기로 남았습니다
지난날, 좋았던 것 미웠던 것
다 잊어버리고
걸어 온 발자국이 부끄러울 뿐
그저 오늘이 있어 행복하고
손자 손녀 품어 보는 것이
보람입니다
낙엽 길을 걸으며
그림자 길게 드리우는
노년의 부부는
거칠어진 죽데기 손 마주잡고
하늘나라 같이 가는 소망이
기도랍니다.
윤학재·전 워싱턴문인회장(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