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시멘트공장 주변지역 주민 47.4%

일부 주민은 채탄 경력 없어도 진폐증 고통

환경부·환경과학원·인하대 연구팀 조사



최근 수년간 시멘트공장 소성로에서의 폐기물 소각에 따른 분진 및 악취 발생 등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영월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절반 가까이가 호흡기계 질환인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으며, 일부는 진폐증마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인하대 연구팀은 현대시멘트와 쌍용양회 영월공장이 가동 중인 영월 서면 신천리와 쌍용리에서 지난 2∼3월 서면 1239명, 주천면 일부 158명 등 성인 1396명과 신천초교 40명·쌍용초교 60명 등 1496명을 대상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를 벌여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15일 설명회에서 발표했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에 따르면 성인 건강검진 결과 폐활량 등 호흡기 질환 검진에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유효 조사자 799명 중 47.4%인 379명이 기관지와 폐에 염증이 생기고 조직이 손상돼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증상, 폐활량 감소 등이 나타나는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유소견자로 진단됐다.

또 중점조사 대상지역인 서면지역 참여자의 경우 유효 조사자 696명의 47.1%인 328명이 COPD 유소견자로 진단됐다. 다만 이 가운데 97.4%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증 및 중등증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흉부방사선(X-ray) 검사 유소견자 16명에 대한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폐암 1명과 진폐증 5명, 기타 폐암 의증 1명, 폐렴·폐결핵 9명 등 16명 전원이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진폐증 환자 5명 중 2명은 과거 지하 채탄 및 착암 작업 등 광산에서 일한 직업력이 있지만 나머지 3명은 분진과 관련된 직업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피부과와 안과 및 이비인후과 검진에서는 특이 사항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타 지역과 비교해 특이한 건강상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설문조사와 건강검진에서 COPD 유병률이 높게 관찰되고 진폐증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호흡기계 질환이 조사지역 주민들의 주요 건강 문제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지자체, 관계기관 등과 함께 유병자에 대한 조치 및 관리, 건강 피해 보상 등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이번 조사 결과로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이 그동안 각종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문제를 야기한 환경부의 공식 사과와 함께 향후 환경오염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및 피해 보상 등의 책임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월/방기준 kjb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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