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정부 지원=문화도시 성공 신화

선진국의 경우 문화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일본은 이미 90년대부터 ‘전일본의 멀티미디어기지화’를 주창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세계 주요국가들도 지역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주요 문화산업도시들의 발전상황과 주요 지원시책 등을 점검해 본다.


▲ 도쿄 이케부쿠로 장난감 전문점 ‘선샤인시티’

관련 기업 지속 유치 문화활동 발전방안 마련

지역 경제 활성화 넘어 세계시장 경쟁력 강화



# 뉴욕 실리콘앨리

실리콘 앨리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자리잡은 인터넷 뉴미디어 콘텐츠 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서부의 실리콘 밸리에 빗대 실리콘 앨리로 부른다. 이 지역은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산업과 관련된 많은 뉴미디어 업체들이 모여있다. 말 그대로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의 세계적인 집적지다. 실리콘 앨리의 탄생은 뉴욕의 흥망사와 연관돼 있다. 1987년 증권가격 폭락과 경기침체는 맨해튼의 부동산 개발과 재활성화 열기를 침체시켰다. 1990년대 들어 맨해튼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90년대 중반 뉴욕의 경기가 침체되자 맨해튼 41번가 이남의 빈 사무실로 인터넷 사업체들이 입주하면서 그 수가 폭증했다.

이 과정은 대체로 자연발생적이었지만 지방정부와 민간협회 등의 의도적인 노력이 첨가됐다. 뉴욕시 정부는 민간과 합동으로 ‘로우어맨해튼재활성화계획(Lower Manhattan Revitalization Plan)’을 수립, 뉴미디어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이 계획은 민관이 힘을 합쳐 맨해튼을 경제적 매력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와 개발을 촉진하려는 목표가 담겨있었다. 이 계획에는 대중교통을 다운타운으로 끌고 오거나 랜드마크보존위원회가 지정한 건물을 랜드마크로 지정하는 일, 투어리즘과 문화활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 등 전폭적인 지원방안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상업빌딩의 주거 및 혼합용도 변환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부동산 및 에너지 세금감면과 규제철폐를 제안했다. 뉴욕시에서 설립한 ITC(Information Technology Center:정보기술센터)는 이 지역의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도록 다양한 시설을 지원 중이다. S/W 및 멀티미디어 기업은 1980년에서 1992년까지는 9.3%, 1992년부터 1997년까지는 13.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앨리는 대도시의 풍부한 자원과 시장 및 문화적 분위기(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 및 맨해튼의 패션거리 등), 여기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해 성공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 일본 인기 캐릭터를 상품화한 과자.

# 도쿄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池袋)는 도쿄도 도시마구에 속해있다. 도쿄의 대단위 상업 중심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도시마 구역소가 위치하고 있고, 이케부쿠로 역 외에 선샤인 시티, 세이부 백화점, 로프트, 파르코 등 여러 개의 대형 백화점이 위치해 있다. 일본은 셀 애니메이션과 디지털애니메이션 등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전 세계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의 90% 정도가 도쿄에 밀집돼 있고 그 절반 이상은 이케부쿠로에 있다.

이케부쿠로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이케부쿠로는 여러 도시로 이어지는 전철 교차지역이며 전철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확장됐다. 애니메이션기업들도 역근처에 집중돼 있다.

이곳에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집적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곳에는 올길팝, 앵글, 윈즈레이싱갤러리 같은 다양한 전문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곳에서는 애니메이션, 디자인 프로덕션, 봉제인형디자인, 디자인&일러스트 제작,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등 다양한 업종들이 성업 중이다.

이케부쿠로의 성공은 풍부한 인적 인프라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부터 도쿄 교외지역인 이케부쿠로 역 주변으로 미술가와 만화가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예술마을을 조성하는 등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냈다.

일본정부는 애니메이션분야에서의 기술연계와 산학협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폈다. 일본정부는 ‘전일본의 멀티미디어기지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이 ‘디지털애니메이션연구센터’이다. 이 센터에서는 전자학원종합연구소(DARI)를 설립, 산학제휴를 통해 멀티미디어 인재를 육성하고 디지털스튜디오, 모션캡처시스템, 컴퓨터그래픽시스템 등 공동이용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이케부쿠로 인근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디자인과 관련한 전문학교와 학원이 입지해 있다. 전자정보전문학교와 국제정보전문학교, 정보비즈니스전문학교 등이 모두 모여 있다. 이케부쿠로는 전문인력양성과 문화적 토양, 대도시의 배후기능, 민관협력 및 지원체제 등이 고루 갖춰져 있는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 일본 길거리 과자 자판기.

# 이탈리아 프라토

이탈리아 예로부터 모직물공업이 발달해 ‘이탈리아의 맨체스터’라고 불렸다. 피렌체 북서쪽 약 16㎞, 비센치오강(江)의 서안(西岸)에 있다. 섬유 이외에 기계·시멘트 등의 공업도 행해진다. 프라토의 의류 및 섬유제조업은 1800년대 중반부터 모직물을 원료로 이용되는 넝마의 재생 및 가공과 깊은 연관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 뿌리가 깊다. 2차대전 이후에 이 지구에는 약 30여개의 모직물 공장이 있었는데 이 공장들은 원료의 구입, 디자인, 그리고 최종 생산물의 판매뿐만 아니라 모든 생산공정을 내적으로 통합하고 있었다. 1940∼50년대 들어 섬유산업은 국제시장의 수요감소로 인해 극도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 대형공장들이었다.

프라토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수직적인 형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를 해체하고 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지구로 탈바꿈했다. 각 기업들간 적절한 노동분업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전문화와 유연성을 확보했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제품의 다양성과 낮은 가격을 실현했다. 1950년대 들어 수출은 526%가 증가했고 이탈리아 모직물 수출 비중도는 32%에서 44%로 높아졌다.

프라토의 성공요인으로는 위기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공정책을 추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컸다. 소기업의 혁신 및 발전을 위한 개입법 즉 법률 317호는 구식기계의 대체를 위한 재정적 지원 외에 기업간 컨소시엄을 장려하고 기업간 연계를 재강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1980년에 창설된 장인협회기구인 SPRINT는 기업간 정보통신을 구축하기 위해 민관파트너십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제조업자들은 어떤 유형의 하청업자들이 현재 어떤 가격으로 얼마만큼 생산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거나 금융 등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프라토는 섬유산업에 대한 오랜 경험과 제조공정의 적극적인 변화, 정부의 지원이 결합, 성공을 이끌어 냈다. 송정록 jrsong@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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