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인터뷰] 이재우 구세군 서울지방 강원지역회 지역관

연말, 이웃사랑 실천의 대명사 ‘구세군 자선냄비’가 딸랑딸랑 종소리를 멈췄다. 매년 보름 남짓 시가지에서 사랑을 전하고 있는 자선냄비는 고사리 손부터 100만 원 권 수표까지, 내년 연말을 기약하며 성탄절을 전후해 시민들의 마지막 정성을 모았다.하지만 모금실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년 동안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재우 구세군 서울지방 강원지역회 지역관을 만나 모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넷·ARS 등 활용 시민 참여 기회 확대

기관·단체서도 동참 올 모금 실적에 도움



-구세군 서울지방 강원지역회의 임무와 소임은.

   
“구세군은 기독교 교파 중 하나다. 평상시에는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목회활동이 주 임무고 자선냄비는 사회활동 중 하나의 사업이다. 구세군을 상징하는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등장했다.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가 시 당국의 허가를 얻어 오클랜드 부둣가에 솥을 걸어 놓고 모금한 돈으로 난민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시작됐다.한국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서울에 처음 설치된데 유래하며 자선냄비의 빨간색은 구세군의 붉은 방패와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최근 자선냄비 모금액 사용처는 재해민을 비롯해 수급자 가정, 실직자 가정, 알코올·마약 중독자 구호, 심장병 어린이 치료지원, 복지시설 시설보강 및 운영자금 등 다양해졌다. 구세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선냄비 모금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극빈자 구호에 도움을 주고 있는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면 된다.”



-올 도내 구세군 교회들도 최근 구세군 춘천교회가 춘천 명동 입구에서 시종 식을 개최하는 등 속초, 강릉, 동해, 원주, 영월, 철원 등 7개 시·군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내걸고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거리모금을 주로 하는 자선냄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이렇다 보니 거리 모금에 참여하는 대상도 가정주부, 학생, 노인들 등으로 한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량을 세우고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워 다양한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 예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최근 ‘하이패스’ 시스템 도입으로 이마저도 수월치 않다. 가진 자가 자선냄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거리모금의 한계다.”



-도내 7개 시·군 구세군 자선냄비를 비롯해 전국 자선냄비의 올해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총 6억 원이 늘어난 40억 원이다. 매년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데 올 해 모금 상황은.

“자선냄비 모금액은 매년 감소추세다. 다른 모금방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고 있다. 매년 1~2일 정도 모금 일정을 늘리고 있지만 강원도 같이 중소도시에서는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강원도 거리 모금 목표액인 8000만원은 다소 힘들었지만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도움을 줘 지난해보다 사정이 나아졌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25년 전 구세군 신학교 시절, 서울 남대문에서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저녁 무렵, 날씨도 춥고 모금도 안 돼 철수를 결심했을 때 지체장애인 노점상이 힘겹게 자선냄비로 다가왔다. 당시 그 장애인을 도와줄 방법을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 꼬깃꼬깃한 지폐를 자선냄비에 넣으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써 달라’고 밝힌 이름 없는 천사의 정성에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죄송스럽고 고맙고 눈물이 나는 이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구세군 자선냄비의 힘이라고 느꼈다.”



-앞으로 구세군 자선냄비의 전망은.

“우리 국민들은 어려운 때 일수록 함께 도움을 주는 강한 유대감이 있다. 지난 IMF 시절에도 모금액이 꾸준히 증가한 점이 증거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리모금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과 ARS(060-700-9390) 등 다양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전 국민이 100원씩만 기부해도 모금액 달성이 가능하다. 춘천시민의 5%만 참여해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 참여는 성의와 관심이 중요한 만큼 남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실천한다면 앞으로 빨간 냄비의 전망은 장밋빛일 것이다.” 윤수용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