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애

춘천 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게다가 눈도 많이 와 가뜩이나 마음도 춥고 몸도 춥고 주위의 여건도 추운 이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연말 여성활동가가 강원도교육청 관계자와 면담하던 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벌써 몇 차례의 수술을 받고 힘겨운 투병 중이다. 바로 고희정 태백 가정법률상담소장. 그녀는 지난 해 11월 30일 ‘고성군 D고교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피해사건’에 대한 강원도교육청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지역 진보여성단체 연대체인 강원여성연대의 한 일원으로 교육청 관계자를 면담했다. 면담 중 교육청 관계자와 여성단체의 입장차이가 갈등을 빚으면서 고희정 소장은 많은 부담감을 가진 채 쓰러졌다. 두 달이 다 된 지금 그녀의 상태는 기적적으로 많이 회생되었지만 당분간 이전의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자리에서 필자와 여성단체 관련자들은 너무나 당황하고 위급상황을 대처하느라 교육청 면담에 대한 정리를 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필자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권익 증진과 피해여성의 보호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지역 여성단체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실감했다. 대부분의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가정생활과 여성을 위한 제반활동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심신의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문화를 양성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 중에 쓰러진다 하더라도 사회적 보호와 지원은커녕 당사자의 개인 성향이나 적극적인 활동을 문제 삼아 여성단체의 제반활동의 어려움을 희석시키고 있다. 또한 여성을 위한 제반활동이 여성들의 몫이라는 그릇된 사회인식 속에서,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활동은 외롭고 힘겹다.

다음은 강원도 교육청의 태도이다. 여성단체에서 질의했던 사건에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다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대안요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면담석상에서 질의당사자가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족이나 동석했던 여성단체들에게 공식적 사과는커녕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의견교환과 유사사안에 대한 대처를 위한 협의’를 했고, ‘원인제공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교육위원의 질의에 교육청의 공식답변을 하는 무책임성을 보였다.

고희정 소장은 태백지역의 가정법률상담소 활동과 함께 여성의 권익증진 노력과 다른 지역과의 연계, 타 여성단체와의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던 출중한 여성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역을 위해, 특히 소외되고 피해여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지원, 그리고 배려가 한층 지역사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고희정 소장이 쓰러지면서 교육청과의 면담을 같이 했던 이들의 고민은 과연 어디까지 결과를 정리해야 하는가에 있었다. 쓰러진 그녀를 위해서도 교육청의 사안처리에 대한 미흡함과 관련한 대안 마련을 위해 우리의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학교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피해 사건에 대해 도교육청의 성희롱 예방정책에 대한 의지의 표명과 학교현장에서의 실행 노력만이 병원에서 투병하고 있는 그녀에게 회생의 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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