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제조법·찰떡궁합 안주 소개
2007년 일본서 먼저 출간돼 화제
정은숙씨 ‘막걸리 기행’

   
국내에서 처음으로 막걸리 여행서가 발간됐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 변두리에서 성장한 바이오그래피 소유자 정은숙(43) 여행 작가가 여행 에세이 ‘막걸리 기행’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일본에 먼저 출간돼 ‘막걸리 르네상스’를 탄생시킨 화제작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말로 번역됐다.

지은이는 전국의 유명 막걸리를 찾아 강원도는 물론 충청도, 전라도, 경기도 등에 위치한 양조장과 대폿집을 찾았다.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 곳의 특색 있는 지역 막걸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직접 시음하고 느낀 막걸리 이야기를 통해 사람 냄새나는 대폿집의 사연,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을 위해 묵묵히 양조장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막걸리의 숨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막걸리를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막걸리의 정의, 제조법, 변천사, 주막 등 막걸리와 함께 역사를 걸어온 술집의 역사 등 읽을거리도 풍부하다.

책을 접한 독자라면 추억과 낭만, 향수가 짙게 배인 막걸리 대폿집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것이다.

막걸리는 ‘막(마구) 거른 술’ 또는 ‘바로 막 거른 술’이란 뜻을 갖고 있다.

술 빛깔이 하얗다 하여 ‘백주’, 농사 때 마시는 술이란 ‘농주’, 탁한 빛깔로 ‘탁배기’ 등 향토색 깊은 이름과 젓내기술, 탁주배기, 왕대포 등 지역적인 이름도 다양하다.

전국 막걸리와 대폿집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덤이다.

논산에서 입영전야의 낭만이 서린 대폿집을 찾다가 들른 부안 집과 밀주이야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이 있던 단양의 소백산 오곡진상주를 비롯해 밭두렁이 많은 강원도에서 만난 옥수수 엿술, 양양의 특산물 귀한 자연송이로 빚은 송이주 등 사연도 다양하다.

지은이는 막걸리와 곁들였던 음식이야기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김제 정화 집에서 맛본 말고기, 시인 김영랑의 이름을 따서 붙인 영랑얼음막걸리에서 만난 홍탁삼합, 부산 인쇄골목길에서 맛본 빈대떡, 눈송이 같이 맑은 강릉의 순두부 등 막걸리와 앙상블을 이루는 풍성한 음식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한국전통주연구소와 대학원에서 전통주 강의를 통해 전통주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는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등 막걸리를 사랑하는 술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실어 막걸리의 현재와 미래도 들려준다.

제4장 에서는 영월 편 ‘막걸리에도 블랙 열풍이 불다’, ‘강원도 옥수수엿술’, ‘무릉도원과 신선주’와 △정선 어깨춤이 덩실덩실 ‘여랑양조장’에서 40년 △속초 ‘군인과 순대국밥’, ‘북녘 땅을 그리며’, ‘며느리 삼대가 빚는 술’ △원주 ‘황골엿술’ △철원 ‘삼팔선 막걸리’ 등 사연 깊은 강원도 막걸리 얘기도 실었다.

책 마지막장에서는 막걸리가 있는 전국 대폿집과 요즘에 뜨고 있는 퓨전 막걸리 집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국 막걸리 지도’도 실었다.

지은이는 “먹을거리와 술, 사람 그리고 뒷골목을 좋아하는 탓에 늦은 저녁 후미진 뒷골목의 대폿집에서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일이 잦다”며 “할 수 있는 한 한국인의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계속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학 강사와 일본 대중매체 취재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지은이는 일본 ‘아시이신문’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칼럼 ‘스파이시 서울’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 ‘지방마다 다른 한국인의 모습’, ‘인정 넘치는 한국 서민동네 기행’, ‘한국식 다이어트’ 등이 있다.

윤수용 ys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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