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은 더 이상 고단한 도로가 아니었다.

오는 28일 개통을 앞두고 미리 달려본 5차선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은 여기가 어디라는 것을 알려주는 교통표지판과 키재기를 하듯 줄지어 선 태백준령 고봉들만 없다면 아예 대관령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횡계IC를 지나 신설도로로 들어서니 대관령 전구간에 설치된 813개의 가로등이 손님을 맞 듯 불을 밝혔다.

정상 부근은 터널의 연속.

대관령에 뚫린 7개의 터널이 전부 중턱 이상에서 정상까지 고지대에 몰려있다.

처음 마주치는 길이 1.8㎞ 대관령 1터널은 완만한 곡선 커브지만 ‘관동의 관문’이 대문을 열어젖히 듯 거칠 것 없이 자동차를 통과시켰다.

이어 마주치는 2,3터널은 주행 차량들의 안전을 위한 터널.

길 옆 130m 높이의 법면에서 낙하물이 도로를 덮치는 것을 막기위해 사각형 쌍둥이 터널이 연이어 법면을 가로막고 ‘손님’에게 어서 지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터널과 터널 사이에는 소나무 단풍나무 등이 마치 정원수 처럼 심어져 늦가을 대관령의 풍광에 젖어 쉬어 가고픈 충동이 간절했다.

시속 100㎞, 차창을 여니 국내 최고의 대관령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정 산소가 세파에 찌든 가슴을 녹색으로 물들이려는 듯 옷섶을 파고 들었다.

중턱에서 마주치는 7터널은 신·구도로가 교차하는 곳이다. 터널위로 아흔아홉굽이 舊도로를 오르내리는 차량행렬이 추억처럼 스쳐 지나갔다.

평지화가 됐다고 해도 대관령은 그래도 천하가 알아주는 고갯길.

브레이크 고장 차량을 위한 대피소가 2군데에 설치돼 있는데, 그냥 흙만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어서 내품에 안기라는 듯 샛길 마냥 단장을 하고 있다.

천길 계곡을 건너뛰는 다리를 잇따라 지나 내리막길 하단부에 이르니 상·하행 휴게소가 한식, 스낵, 편의점 등을 갖춰놓고 그 옛날 대관령 나그네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반정 주막처럼 ‘다 왔는데, 숨돌리고 가라’고 손짓했다.

휴게소에서 약 5㎞를 더 달려 강릉분기점(JCT)에서는 속초·주문진 방면 동해고속도로로 운행하는 차량과 강릉시내 방면 차량들이 부챗살 펴듯 갈라져야 한다.

어느새 강릉인 것이다.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니 주행시간은 약 15분.

높이 1.27m의 길옆 방호벽 때문에 대관령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승용차에서는 과거처럼 동해바다나 강릉시내를 굽어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동해바다와 관동 팔경을 쉽게 만난다는 반가움이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았다.

그러나 폭설기에는 눈이 없는 터널과 눈에 노출된 다리가 내리막길에 연이어 펼쳐지는 도로 특성상 과거보다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江陵/崔東烈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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