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이것은 직업훈련과 관련된 정부기관이 근래 홍보에서 사용하는 구호다. 그렇지만 사유재산제를 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에 재산을 쌓아 놓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평생 직업에 종사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구호는 평생직장이 사라졌다는 것만을 알려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고용관계가 정규직으로부터 비정규직 또는 임시직의 불안정한 상태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 대부분의 직종에서 당연히 임금과 근로조건의 저하와 결합된다. 비정규직 노동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비전문직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크게 늘고 제조업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기초를 둔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도래, 그리고 지구시장에서의 경쟁을 강제하는 ‘지구화’에 의해 빚어진 현상으로 지적한다. 기술혁신과 제품의 생애주기 단축으로 노동력 수요와 직무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격심해진 경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용을 ‘유연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구화에 의해 자본이 더 유리한 조건을 찾아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게 됨으로써, 서구에서도 자본과 노동과 국가의 3자가 협약을 맺어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동시에 추구하던 ‘복지국가’가 재편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기술혁신과 경쟁격화에 따른 비용을 전가받음으로써 지구적 규모에서 ‘노동의 등급하락’이 결과되고 심지어 ‘노동의 종말’까지도 예상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에 맞설 수 있는 힘이나 장치들이 마련될 가능성이 적어도 당분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李基鴻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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