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최북단 고성지역에서 방사능 물질인 제논(Xe-135)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은 충격을 던져준다. 엊그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관리하는 최북단 측정소인 고성 거진측정소에서 채집한 대기 가운데 제논이 평소보다 8배 정도 많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제논이 다량 검출된 것이 북한이 핵 융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과 아울러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제논은 크립톤(Kr-85)과 함께 자연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기체상태의 방사능 물질로 다른 물질과 화학적 반응도 하지 않아 핵 실험의 확실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방사능 물질이 평소에 비해 이처럼 이상적으로 증가했다면 당국의 적절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옳았다. 방사능 물질의 이상증가 현상의 배경과 위험에 대한 적절한 응급대처와 아울러 사전·사후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뒤늦게 방사능 물질의 다량검출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불만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주민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접경지역의 특성상 주민들은 항상 일정한 긴장과 불안을 감수하고 있지만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이다. 그동안 접적지역의 불안과 긴장은 주로 재래식 무력이 대치하는 상황으로부터 비롯돼 왔다.

최근 대치의 전선과 긴장의 요인이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제논의 다량 검출도 새로운 형태의 위협요인으로 간주된다. 당연히 비대칭적 전선과 요인에 의한 위협요인에 대처하는 신축적인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접경지역에 설상가상의 파장을 낳고 있다. 방사능 물질의 검출 자체도 문제지만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정부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강력한 대응을 일관되게 주창해 왔다. 그러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은 정치 외교적인 대응과 아울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선언적인 의지와 정치적인 대응만으로 다양하게 파생되는 위협요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접적지역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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