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거망동(輕擧妄動)은 경솔하여 생각없이 망령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이다. 황당무계(荒唐無稽)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고, 허무맹랑(虛無孟浪)은 터무니 없이 거짓되고 실속이 없음을 이른다. 이러한 사람, 즉 언행이 진실되지 못한 사람을 일컬어 조롱하는 말이 채동지(菜同知)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채동지와 비슷한 뜻으로 개드립이라는 신조어가 쓰이고 있다. 이는 애드립(adlib)이란 단어를 격하해 쓰는 드립에다 앞에 개(犬)라는 접두어를 붙여 더 폄하해 이르는 말이다. 애드립은 공연이나 방송도중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해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을 뜻한다. 생각지도 않던 말을 갑자기 하려다 보니 상황과 전혀 다른 생뚱맞은 말이 나올 수도 있고, 어이없는 말이 불쑥 튀어 나올 수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경우를 드립이라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서 채팅을 할 때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말을 하거나 진실되지 못한 발언을 할 때 드립이라고 일축한다. 헛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 부정적 의미를 더한 개드립이라 하는데, 이 정도면 언어 폭력이라 볼 수도 있다.

얼마전 한나라 차명진 의원과 민주노총 사이에 개드립 논란이 일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차 의원이 참여연대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그 체험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실은 것이 발단이다. 차 의원은 최저 생계비 6300원을 가지고 쪽방에서 하루를 지내며 황제처럼 살았다고 했다. 하루 세끼를 아주 맛있는 영양식으로 했으며, 돈이 남아 신문도 사서 보는 문화 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1000원이 남아 불우한 사람을 위해 썼다고 했다. 이를 본 민주노총이 차 의원의 홈페이지에 개드립이라고 맹 비난을 퍼부었다. 차 의원의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사과로 이 해프닝은 끝났지만 개드립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사람들의 사사로운 말일지라도 하늘이 들으심에는 우뢰와 같이 크게 들리고,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속일지라도 신의 눈은 번개와 같으니라’. 명심보감 천명편에 나오는 말로 신중하지 못하고 황당한 사람을 가르치는 말이다. 최근 몇몇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에서 이와같은 경우를 보는것 같아 씁쓸하다.



안준헌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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