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퇴임하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김동호’라는 강원도 홍천사람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써 국제무대를 누비며 한국영화를 세계무대에 우뚝 세운 자랑스러운 강원인 이다. 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끝으로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동호 위원장을 고향 홍천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귀거래사를 들어봤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영화는 정말 무엇인지.

   
“영화는 개인적으로 제2의 인생 반려고 현대문화의 총아하고 생각한다. 영화제 참여 등으로 1년의 반 정도를 해외에서 지내지만 즐겁다. 종합 예술, 종합매체로 불리는 영화와의 인연도 벌써 23년이나 됐다. 그만큼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태동한 지난 96년부터 무려 15년간 맡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물러나는 소회는.

“지난 16년간. 영화제를 창설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영화제는 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 메이저영화제가 됐다. 또 숙원사업이던 영화제 전용관인 부산영상센터의 건설에 최선을 다했고.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제부터 창조할 새로운 시대는 젊고. 유능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지금이 사퇴할 적기다.”



-부산국제음악제를 떠나 남은 여생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서예. 그림에 정진하고 싶다. 책도 저술하고 영화도 한 두편 만들고 싶다. 특히 올해 두 권의 책이 나온다. 그동안 해외 영화제를 다니며 기록한 기행을 모은 ‘세계영화제기행’이다. 당분간 2권의 책에 전념하고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위원장님께 있어 고향 홍천과 강원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고향에 대한 추억은.

“홍천과 강원도는 태어난 곳이다. 내 고집과 집념. 끈기는 고향의 기질이다. 강원도 만큼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은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세살 때 고향을 떠나 추억이 많지 않다. 8·15해방 전후 국민학교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를 홍천 남면의 고향에서 보냈다. 그때 개울가에서 뛰놀던 기억이 아련하다.”



-강원도민들은 언제부터인가 개발소외감, 낙후의식이 팽배하면서 열패감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조금도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생태자연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혜의 자연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관과 공공단체의 동참을 이끌면서 주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 강원’. ‘관광 강원’조성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세계화에 대한 의지가 필요할 것 같다. 부산의 경우 최근 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개발을 위한 노력들을 볼 때 진취적인 느낌을 받았다. 강원도 이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사)무용가최승희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계신다. 지금 도내에서는 최승희에 대해 ‘당대 최고 무용수’라는 평가와 ‘친일·좌파’라는 평가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향후계획은.

“최승희는 홍천이 배출한 세계적인·세기적인 무용가다. 이 세계적인 무용가의 선양사업을 홍천이 안한다면 누가 할 것인가. ‘친일’의 근거는 국방성금을 냈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일제 강점아래 최고의 무용가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자면. 군 위문공연은 불가피했을 것이고. 군이 주관하는 공연수입을 헌납한 것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할 것이다. 오히려 ‘조선’을 앞세우고. 창씨개명도 안했다. 또 월북했고. 공훈배우도 했지만 후에 숙청됐다. 최승희는 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윤이상이나 이응로처럼.”



-고향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원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강원인이다. 그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느낀다.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 항상 성원해 주신데 대해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리=윤수용 ysy@kado.net


■김동호 위원장 약력
△1937년 홍천 양덕원 출생, 홍천군 남면 명덕초교 재학, 경기고 졸업

△1956년 서울대 법대 입학

△1961년~10980년 공보부 입사, 문화공보부 보도국장, 국제교류국장 등 역임

△1988년~1992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1997년 로테르담영화제 심사위원장

△2000년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기사장

△2001년 대한민국 국회과학기술대상 특별상

△2005년 대한민국영화대상 공로상

△2007년 황금촬영상 특별상,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오피시에

△2008년 아시아그라프 인 상하이 공로상

△2009년 유네스코서울협회 선정 올해의 인물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