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창문”
아가는 책을 좋아해요

아이들 숨겨진 마음까지 비춰

학대·방치 아동에게 전파해야


▲ 어영수

북스타트 그림책 연구위원
그림책은 나에게 창문이다. 초보 엄마의 어설픈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었다가 이제는 세상까지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냥 엄마가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우는 아이를 달래지 못해 아이와 같이 목 놓아 울고 마는 한심한 엄마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 경력도 같이 쌓여서 좋은 엄마가 될 법도 한데 자꾸 실수를 한다. 아이에게 고함치고 강요하고 때로는 매까지 들면서….

‘고함쟁이 엄마’의 펭귄 엄마와 꼭 닮았다. ‘너 왜 울어’에 나오는 엄마의 말들은 내 말을 직접 와서 녹음해 간 듯하다. 이렇게 그림책은 아이의 숨겨진 마음을 보여주고 무심코 던지는 상처의 말을 깨닫게 도와주는 거울이 되어준다.

그림책은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보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게 한다.

‘영이의 비닐우산’을 읽고 나면 내가 먼저 영이에게 초록색 우산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작고 구멍 난 비닐우산 하나가 참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하지만 ‘명희의 그림책’과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안타까워만 하고 우리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다워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려준다.

도서관과 책이 흔한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우리 이웃에 명희가 살고 있고, 넉넉한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듯 보이지만 아직도 학대받고 방치된 아이들이 있음을 기억하라 한다.

반지하 방에서 웅크리고 잠든 명희에게도, 황량한 벌판에 쓰러진 소년에게도 그림책은 펼쳐져야 한다. 그림책은 그들에게 꿈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분들이 북스타트와 함께 그림책을 펼치고 나누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북스타트에 참여(아가가 있는 가정) 또는 도입(지역공공기관)하고 싶다면…

●책읽는사회문화재단 (02)3675-8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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