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한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공약을 세운 것이 잘못이다. 악수를 둔 것이 여론분열을 조장하고 쓸데없는 곳에 국력을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양양공항을 보라. 공항 수요 예측을 부풀린 중앙정부가 그나마 쓸 만했던 속초공항 죽이고 강릉공항도 없애면서 양양에 거대한 국제 허브공항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우겨댔던 일이 엊그제 같다.

국가지원금이라면 넙죽 받고 일부터 저지르는 철없는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그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무책임이 빚어낸 예산낭비의 결정판이다. 지금에 와서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밀양과 부산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야단인 동남권 신공항, 도대체 왜 해야 하는가? 아직도 그 지역 정치인들이 독자적 추진을 운운하면서 분개하는 것을 보면, 역사란 늘 반성없이 되풀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울진공항을 보라. 교통전문가들이 그토록 반대했는데,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하여 강행하지 않았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 막대한 국가 자금을 끌어들여 시골 촌구석에 공항을 버젓이 지어놓고는 개항조차 못하고 처음부터 썩히는 나라가 있을까. 정치가 경제를 망친 대표적 사례다. 참으로 정치하기 편한 나라다.

지방공항건설 추진에는 두 개의 세력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치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건설사인데, 정치인들은 늘 그렇다 치고 더 큰 문제는 후자다. 건설사의 배후에는 항공사가 있다. 양양공항의 경우 국내항공사가 두 곳 모두 그룹 내 건설 회사를 통해 공항 건설로 인한 이익만 챙기고 국내선 항공기 운항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행태를 보여 왔다. 그들이 참여하지 않은 공항은 아예 처음부터 고사된다.

본래 교통계획은 주변 관련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항공과 경쟁이 되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건설 계획을 도외시하면 곤란하다. 항공의 경쟁력이 철도와 경쟁할 경우, 더욱 더 심각하다. 프랑스 떼제베 동남선이 개통된 후, 리옹의 사똘라스공항은 급격한 수요 감소를 가져왔다.

지방공항의 실패 역사는 교통의 기본을 무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김해공항은 현재 위치에서 확장이나 운영의 묘를 더 찾아보는 게 순리라 본다. 승용차로도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가능한 현 위치를 난데없이 가덕도로 옮기는 것은 도리어 항공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밀양도 마찬가지다. 통행 수요발생이 예상되는 각 지역으로부터 접근거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행패턴이란 접근시간은 물론이고 도시기반시설과 타 도시와의 통시적 연계성 등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단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결국 두 곳 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10조 원가량을 쏟아부어 봤자 건질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전국에 포화상태인 지방공항들은 거의 적자상태다. 규모가 작아서 적자가 나고 입지가 잘못되어서 적자가 난다고 보면 난센스다. 항공사가 국제항공 장사에만 몰두한 나머지, 국내항공은 내팽개치고 관광객 수요만 바라보고 시간표를 짠다는 게 그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하는 기본적인 승객을 위주로 시간표를 적성해야 하는데, 도대체 교통의 기본을 무시하고 관광객, 국제승객 이렇게 거품과 허황된 애드벌룬만 띄워 가지고 뭐가 되겠는가?

쉬워 보이는 시외버스 시간표도 아무렇게 짜는 게 아니거늘, 하물며 항공 시간표를 승객의 눈높이가 아니고 항공사의 편의대로 하는 것은 국내항공사들이 지방공항을 고사시킨 거나 다름없고 공무원들의 무식과 무능력도 한몫 거든 셈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이 실종됐다.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아래 춤추는 기획부동산과 정치인의 노리개 감이 되어 가는 지금, 죽은 공항들의 망령을 누군가 나서서 쫓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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