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교수

한국분권아카데미 원장
지역을 잘살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잘 사는 것은 자신만을 위하는 그들의 이기적 본성 때문에 소위 시장논리인 경쟁이 작동하여 효율적으로 조정이 된다. 하지만 공동체 속성을 지닌 읍면동 마을과 구, 군, 시, 도 등의 지역이 잘 산다는 것은 창조적 예술과 종합적이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거기에는 각종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무임승차, 공공재, 시장실패, 정부실패, 도덕적해이, 죄수의 곤경, 윤리부재 등 수없는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거기다가 부패하고 무능력한 시장, 군수, 도지사를 뽑게 되면 지역은 성장, 발전은 물건너 가고 후퇴와 쇠약의 길로 빠지게 된다. 공동체와 지역이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한 종합예술과학이다.

지역 가치 창조의 의미와 필요조건들 그리고 생각할 문제들을 함께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역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나와 우리의 지역인가? 서울의 강북/강남, 강원도의 영동/영서, 대한민국의 호남/영남, 대한민국의 남한/북한, 아시아의 한국/일본 모두가 어느 정도 경쟁, 갈등, 대립의 관계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는 작은 지역에도 속해 있지만 큰 지역에도 소속되어 있다. 나는 영동/영서를 넘어 강원도민이고 남한/북한을 넘어 한국사람이고 한국/일본을 넘어서 아시아인이고 또한 아시아/유럽/아메리카를 넘어 세계시민이다. 지역이란 내가 영향을 주고 또한 내가 영향을 받는 공간적 한계를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는 나의 지역은 지구와 세계이고, 구제역과 관련해서 나의 지역은 강원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독도 문제에 있어서 나의 지역은 한국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나의 지역은 강원도다. 하지만 춘천시장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문제에서 나의 지역은 당연히 춘천이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자신의 지역정체성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서 소속된 지역에 대하여 동민, 시민, 도민, 국민, 지구민으로서 공동체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 하였다. 지역민이 지역을 위해서 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속한 한계공간에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산다.

둘째, 가치란 무엇인가? 지역 가치란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가 추구한 것은 가치(VALUE) 추구보다는 이윤(PROFIT)추구였다. 이윤은 숫자로 환산하기 쉬운 경제적 개념이고 가치는 이윤을 뛰어넘어 계량화 하기 힘든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복지적 정치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지역총생산(GRDP)을 보이는 가난한 지역이지만, 물좋고, 공기좋고, 경관좋고, 인심좋고, 사람이 없어서 공간의 여유가 많고,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별로 없는, 잘 사는 곳은 아니지만 살기에 좋은 곳이다. 이러한 유·무형적 사회적 가치를 다 더해야 우리는 진정한 지역가치를 말할 수 있다. 지역의 가치란 정말로 다양한 것으로 인해서 창출되는 것이다. 경관자본, 인심자본, 신뢰자본, 공간자본, 환경자본 등의 제반 사회적 자본들을 극대화 하는 길이 지역이 진정으로 잘 사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창조란 무엇인가? 창조는 조물주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인간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종합예술과학이다. 예술과 과학, 이성과 감성, 사랑과 정의, 자유와 형평 등 서로 대치될 소지가 있는 것들을 잘 조화 시키는 것이 창조행위다. 그러기 때문에 지역의 가치를 극대화 하는 일은 창조행위라 할 수 있다. 창조는 혁신(진정한 변화)과 성실함(진정한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지역의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창조 행위다. 혁신적 사고와 성실한 헌신을 바탕으로 지역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가치창조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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